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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Jan 07. 2024

울면서 왔지만 웃으며 가리라

흑진주에서 진주로~



살면서 언제부터인가 쌓여서 내 속에 가라앉은 생각들이 있다. 이제 그 생각들을 짧은 글 속에 길어 올려 보려 한다. 우물은 생수를 긷는 곳이다. 내 생각의 우물 속에서 길어 올린 물 한 바가지가 우연찮게 독자들의 삶과 사유에도 작은 마중물이 되어준다면 나로선 큰 보람이 될 거 같다.           



시란 항아리에 담기에는 조금 긴 사유라 이렇게 ‘짧은 글 속 깊은 우물’이란 새 연재를 시작해 본다.  

    


올해 청룡의 갑진년은 지난해 환갑을 맞은 계묘년 생의 나에게는 인생 2막 시작의 첫 해 같다. 해서 그간의 품고 생각해 왔던 것을 조금씩 털어내고 가려한다.      


글쓰기로 생각을 정리해서 겉치레적인 사유를 떨쳐내고 이제부터는 보다 더 본질적인 것만 담아 챙기고 가려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엄마의 양수에서 나와 태아가 처음 하는 일도 목욕세례다. 목욕은 태아의 피부를 청결하게 하고 태아의 근육과 관절을 자극해 준다. 그리고 세상에 태어난 태아와 부모 사이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첫 연결고리가 된다.      

사람도 비슷하다 본다. 태어날 때 우리 모두는 흑진주 같은 존재였다면 갈수록 생각의 샤워로 진흙은 떨어져 나가고 보석 같은 부분만 남아 점점 진짜 보석인 진주가 되어간다.           







진주란 보석은 결코 화려하진 않으나 은은한 빛을 발한다.


해서 이제 나도 사유의 정리를 통해 진흙 같은 부분은 떨어져 나가고 보다 *본질과 정수인 보석 같은 부분만 가져가려 한다.      


나는 보석 중에 진주를 좋아한다. 그러나 다른 보석들도 고온 고압의 과정을 거치고 만들어지니 다 아름답다. 석탄과 다이아몬드는 같은 원소 탄소로 이뤄진다. 시커먼 석탄 덩이가 땅 속에서 얼마나 뜨거운 열과 압력을 얼마나 오래토록 견뎌서 다이아몬드로 빛을 발하는걸까?


보석이 되는 과정의 인고의 시간이 곧 우리 인생이요,  삶 가운데 주어지는 고난의 환경이 우리를 보석으로 만드는  ‘열과 압력'이란 생각에 숙연해진다.     


그런데 많은 보석들 중 진주가 되는 과정은 특별히 조개 속 상처로 시작하기에 진주를 좋아한다.    

 

조개 속에 모래 알갱이나 이물질이 들어오면 조개는 이 자극에 대해 방어하기 위해 석회질의 분비물을 낸다. 그 분비물이 쌓이고 쌓여가서 진주를 형성하게 된다. 즉 조개 속 상처에 대한 방어로 인해 조개가 석회질 입자를 쌓아가서 진주가 만들어진다.


이처럼 우리 인생도 날마다의 상처위에 연고를 덧 발라가며 살다 보면 진주란 부드럽고도 은은한 광채를 내는 귀한 보석이 될 것 같다.     


 





엄마의 무조건적 사랑을 받으며 양수란 안온한 세계에서 보호받고 있던 아이는 태어나면서 빛을 보는 순간 울음을 터트린다. 이 울음은 태아로서 엄마를 벗어난 첫 호흡일 것이다. 그리고 상징적으로는 이제 혼자서 세상을 맞으며 살아가야 함을 의미한다.    


렇게 큰 울음으로 시작하며 온 삶이 갈 때는 마지막 호흡으로 끝맺음을 하고 간다.  

 

그래서 태어날 때는 울었지만 갈 때는 웃으며 가리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낯선 세계로 벌거벗은 채 세상에 던져져 부모의 도움으로 자라고 자립해서 한생을 살다 간다. 마지막 갈 때는 내가 씨 뿌리고 거둔 만큼 세상에 남기고 옷 한 벌 입고 간다. 그러니 울면서 왔다가 웃으며 가길 바란다. 죽음이란 커튼 너머의 세계는 우리가 몰라서 두려워한다.     



그러나 엄마 뱃속에서 나올 때 아기가 이 세상을 몰랐던 거처럼 우리는 다시 저편으로 가기 전까지는 저 세상을 모른다. 그러니 웃으며 떠나면 될 일이다. 내가 살았던 삶이 만족하고 흡족하다면 웃으며 떠날 수 있으리라.



이생에서 해야 할 일, 하고 싶었던 일을 다 한 후
농부가 농사일을 마치고
호미를 씻어 걸어두고 편안히 쉬려 하듯이
그렇게 떠나면 된다 본다.     








Ps
* 본질 (本質)~ 본디부터 갖고 있는 사물의 성질이나 모습.
사물의 현상의 뒤에 있는 실재나 본체(本體).↔현상(現象).

 *정수 (精髓)~ 뼈의 속에 있는 골수.
사물의 중심을 이루는 가장 뛰어나고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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