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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Mar 05. 2024

런던 이야기(3)

런던의 추억들

    

런던은 무엇보다 타워 브리지와 빅벤, 런던탑의 도시이다. 하지만 여행이 매 번 그러하듯 결국 남는 것은 풍경이나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다. 해서 나는 현지에 가면 그 곳 사람들을 만나거나 아니면 무심히 바라보는 걸 즐긴다. 그러기에 딱 좋은 장소가 런던의 스퀘어(square)다.      


스퀘어는 공원보다 훨씬 작은 광장이다. 주로 중앙에 분수가 있기도 하고 빙 둘러 나무가 있고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다. 자세한 숫자는 모르나 런던에는 이러한 스퀘어가 수 백개가 넘는다고 한다.

점심 시간이면 나는 굳이 답답한 실내에서 먹기 보다 잠시 걸어나와 샌드위치나 먹을 것을 사서 스퀘어 광장 벤치에 앉아먹길 좋아했다. 그기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하면서.   

   

일단 수 많은 광장중에서도 런던에서 유명하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 광장만 얘기하고 지나가려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은 1805년 트라팔가 해전에서의 승리를 거둔 넬슨 제독의 기념비로도 유명하다. 그 바로 앞에 내셔널 갤러리가 있고 광장이 꽤 넓어서 많은 공공 행사, 집회, 축제의 장소로도 사용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바로 걸어서 피카델리 서커스로 나오면 레스터 광장 (Leicester Square)과 연결되는데 이 곳은 런던의 브로드웨이다. 영화관과 극장, 레스토랑, 카페로 밀집한 곳이다. 많은 영화의 유럽 시사회가 이 곳에서 열리고 나는 뮤지컬 ‘라이온 킹’을 이 곳에서 보았다. 찾아보니 올해에도 그 곳에서 라이온킹 뮤지컬공연을 한다고 한다     


그 다음에 넓은 잔디와 정원이 조성되어있는 러셀 광장 (Russell Square)이 있다. 주변에는 역사적인 건축물과 대학교, 카페도 있어 휴식을 취하거나 책을 읽으며 여유를 즐기기에 딱 좋은 장소다.  


        

런던의 겨울공원, 라이온킹 보러 간 날,  런던의 맛집 랩스터 버그집



런던연수에서 잊을 수 없는 분은 나에게 밥을 해 주신 홈스테이 아저씨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부부가 함께 살면서도 아줌마는 집에 있으면서도 일체 부엌일을 하지 않았다. 반면에 직장을 다니시는 아저씨께서 동료샘이랑 나랑 우리 두 사람 아침, 저녁 식사를 담당하셨다.

정성스런 집밥인 홈 푸드를 해 주시면서 매번 디저트도 챙겨주셨다. 가끔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에 과자를 꽂아 주셨는데 나는 혈당을 걱정하며 선뜻 먹지 못했다. 그러면 이 맛있는 걸 못 먹다니 하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시던 아저씨 때문에 물론 내가 먹고 싶어서이기도 했지만 과감하게 먹어버리기도 했다.

바나나를 이용한 디저트도 있었고 거의 모든 종류의 아저씨표 디저트는 거절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재미있는 것은 자신을 소개할 때 아저씨는 I’m Irish 라 한다. 그리고 스코틀랜드출신 영국인도 I’m Scottish라 한다. 마찬가지로 웨일즈인들도 우리 엄마는 웨일즈사람이야 My mother is Welsh라 한다. 그럼 영국인이라하는 사람들은 누구냐 물으면 이 세 지역 출신이 아닌 사람들은 I’m British라고 한다 했다.      


United Kingdom, 영국인 UK을 구성하는 나라 민족이 다르다 보니 잉글랜드라 해서 I’m English는 잘 쓰지 않는다는데 아무래도 지역성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반감이나 저항감을 줄 수도 있기에 그냥 국적만 드러내는 브리티쉬라는 말을 더 선호하는 것 같았다.

영국은 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팀이 4개인 나라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그리고 북아일랜드로 영국은 4개의 국가로 구성된 연합국가이기에 4팀이 출전한다.                    


홈스테이 아저씨와 아저씨가 해 주던  요리 , 아이스크림 사진은 없어서 인터넷에서 가져왔다




런던에서 두 달 연수동안 우리는 수업을 받기도 하고 수업을 하기도 하고 일반 학교를 방문하기도 했다. 우리를 도와주던 런던의 강사샘들과도 좋은 시간을 보내었다. 그 중에서 우리 연수그룹을 담당했던 여자샘이 결혼을 한다해서 축하를 해 주었다.

같이 점심을 먹자며 초대를 했는데 결혼하는 사람 이름을 물었더니 그녀가 자주 언급했던 프랑스 여자친구였다. 우리는 그녀가 레즈비언인 걸 몰랐었기에 깜놀했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연수센터만 하더라도 레즈비언 강사들이 꽤 많았다.

그녀는 아버지가 법조인이고 꽤 보수적 집안 출신에다 생긴 모습이 르느와르 그림에 나오는 미인형이었다.           


내 수업에 동참해주었던 학생들과 우릴 도와주었던 강사샘들


우리가 방문했던 영국 사립학교





윈저성 방문

영국 왕실 가족은 여러 곳에 흩어져 지내는 데 버킹검만 Palace라 하고다른 곳은 Castle 성 이라 한다. 그래서 윈저도 윈저성이라 하고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주말에 가 본 윈저성은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의 경복궁이 떠올랐다. 우리 궁전 건축이 우아하긴 하지만 규모로나 석조 건물의 견고함으로는 비교가 안 될 듯하다. 버킹검궁과는 달리 궁전 내부의 화려한 장식과 가구들을 다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윈저성입구, 그날도 흐린날씨였는데 한장 남은 사진은 더 침침하다 ㅠㅜ



 하이드 파크에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

크리스머스 이브인 24일 하이드 파크에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에 다녀왔다. 하이드 파크는 버킹굼 궁이 있는 일명 로얄 파크인 그린 파크 건너 편에 있다. 여왕이 거주할 때는 깃발이 나부낀다는 버킹검 궁전앞에는 비가 오는데도 관광객들이 서성이고 있다. 여왕도 사람인데 그래도 좀 남다르게 느끼나 보다.    

  

시내 트라팔가스퀘어 트리와 크리스머스 마켓 풍경
하이드파크 크리스머사 마켓 풍경


런던의 크리스마스는 시내중심가의 츄리 장식이 유난히 아름답다.

그러나 공원에 임시 상설된 장터는 자유롭고 활발한 분위기가 좋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좋아하는 독일 소세지와 mulled wine -펄펄 끓인 와인 –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먹는 감자 칩, 그리고 숯불에 구운 salmon 연어등 먹고 싶은 거 하나씩 다 먹어며 서성거리며 혼자서 크리스머스 분위기를 만끽했다.      


사실 예수님이 태어나신 크리스머스가 12월 25일이 아니라는 설이 있는데 나는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원래 12월 25일은 태양신의 축제날인데 이 날을 예수님 생일날로 삼았다고 하는데 뭐 그럴수도 있다. 어쨌든 우리 마음 속에 사랑의 화신인 예수님 오심을 기념하는 의미로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고 즐기는 것에는 거부할 이유가 없다.

특히 서양에서는 크리스머스거 온 가족이 모이는 우리식으로 하면 음력설 같은 명절이니 가족애를 나누는 특별한 날이다. 실제 영국인들은 오늘 24일까지 밖의 화려한 장식으로 크리스머스를 맘껏 축제로 누리고 이브날 이후 25일은 모두 가족과 함께 조용히 보낸다.      


나는 이국에서 홀로 보낸 크리스마스이지만 그래도 느낌 낭만있던 분위기로 기억한다.    




           


영국인다운 게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놀 거 다 놀면서도 자기 일은 책임껏 했던 D, 이런 사람을 lazy but smart worker라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그와 연수원장을 통해 내가 본 영국남자의 모습은 겉모습 젠틀맨이고, 속은 약간 겁먹은 소시민형에다 냉정한 실속형이랄까. 한국인 같은 배포는 적고 대신 독일인에 가까운 실용적 마인드, 그러나 적당한 유머와 예의는 필수로 지니는 잉글리쉬 맨이다.                


당시 나는 무척 좋아했지만 이런 칼로리와 지방이 두꺼운 음식들을 내 몸도 좋아했을까나 싶다ㅎㅎ

지금 나는 거의 채식위주로 돌아선 식성이다. 흔히 말하는 잉글리쉬 브랙퍼스트는 대체적으로 헤비하다.

참고로 영국식 아침 식사 (Full English Breakfast)는  소시지, 베이컨, 구운 콩, 토마토, 튀긴 계란, 튀긴 빵, 그리고 블랙 푸딩이 포함되는 푸짐한 한 끼.          





런던 연수를 두 달 마치면서 든 생각이었지만 그 외에도 구 대륙 유럽을 여행하며 느끼는 생각은  유럽은 해가 지는 나라라는 느낌은 굳이 오래된 건물에서만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 때 부귀영화를 누리고 어쩌면 물질 과학문명에서 앞서가는 지금의 면모도 있지만

공간적 차원에서 한 대륙을 두고 볼 때 그러하다는 것이다.

반면 아시아의 타이거중 하나 소리를 듣는 우리와 다른 나라들이 있고 앞으로는 어쩌면 아프리카나 인도와 중앙아시아같은 나라들이 더 치고 올라올 수도 있겠다 싶다. 실제 인구와 IT산업, 그리고 면적면으로도 그러하다.


해가 지지않는 나라 영국의 수도 런던에 대한 하지못한 이야기는 많으나 이쯤에서 마무리하려 한다.


나랑 2년동안 옆자리에서 함께 근무했던 원어민 교사 스캇을 통해 본 영국이야기도 있다. 나는 설명절에 그를 우리집으로 초대해서 한국문화를 알게하고 우리 가족들과도 좋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런저런 경험들을 보태면 영국인은 편하게 만나 친구는 하되 개인적 거리두기를 선호하는 내게는 어쩌면 친구되기에 가장 좋은 타입일지도 모른다. 지나치게 낙천적이거나 심플한 미국사람이나 쉽게 친해지고 함께 말이 많아져야하는 프랑스 사람에 비하면 그들은 지루하지도 피곤하지도 않다.  




☆ 김별 작가의 연재 브런치북


 월~ 책속으로 떠나는 여행     

화, 토 ~ 지구별 여행기     

수, 금 ~하늘바람시와 별의 노래

목~ 마이 버킷리스트

토, 일~ 마이 브런치 다이어리

일~ 짧은 글속 깊은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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