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를 생각하며
이해인
우울한 날은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
장미 앞에서
소리 내어 울면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
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
내내 앓고 있을 때
나의 눈을 환히 밝혀주던 장미를
잊지 못하네
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
겹겹의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 사이로
길이 열리네
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로웠던
나의 삶이
암호처럼 찍혀 있는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
`살아야 해, 살아야 해'
오늘도 내 마음에
불을 붙이네
개나리 목련 벚꽃이 지고 나면 신록의 문턱 장미의 계절이다.
장미가 보고파서 시골집은 멀고
어제 가까운 장미를 볼 수 있는 카페에 갔다 왔다.
실컷 보고 흠신 냄새 맡고 바닐라 라테 한잔에 마음이 누그떠러 진다.
근처 계곡을 끼고 6 천보를 걷고 나니 몸도 마음같이 홀가분해졌다.
집단 무의식이 있긴 있나 보다.
옆 작가님 방에서도 아침에 장미 얘기를 듣고
들장미 캔디 같은 영화도 다시 들춰보고...
지금은 다들 장미 장미를 노래 한다.
서로 깊은 곳이 깊은 곳을 부르는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한쪽에서 아~하면 저 쪽에서 어~하고 메아리 화답하기도 한다.
오월의 장미가 그저 밋밋할 수도 있는 우리 일상에 색채와 향기를 입혀주고 있다.
아~!
2024년 우리의 봄도
찬란한 오월도
이렇게 장미와 함께
이렇게 장미와 함께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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