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손님이 오면 밥을 어디 가서 먹을까?부터 고민한다. 그리고 식후에는 당연히 카페로 가서 담소를 나누는 수순이다. 이사 후 짐정리하고 있는 큰 아들집에 남동생이 조카를 데리고 들린다며 전화가 왔다. 남편은 전화받는 내 옆에서 아! 신정호 가면 되겠다~했다.
아들집에서 차로 오분 거리에 이리 좋은 곳이 있어서 너무 편리하다. 넓은 호수를 바라보며 뷰 좋은 곳에서 밥도 먹고 산책도 하고 그리고 카페도 들리고 일석삼조다. 남동생이랑 조카랑 애들 좋아하는 거 먹고 그간 밀린 얘기도 하며 같이 걸었다.
나는 이전부터 대도시의 번잡함을 싫어했다. 지하철 출구에서 나오는 끝없는 행렬들을 보노라면 현기증이 나면서 이상한? (사람이 아닌듯한 )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말하는 사람은 칼린 지브란이 결혼에서 말하듯이 나무와 나무사이처럼 떨어져 있는 것이다. 하늘 향해 두 팔을 벌리고서로가 숨 쉴 수 있도록 바람과 햇빛이 통하는 거리를 두는 건강한 관계다. 그러면서 서로 기대어 있는 "사람 人" 자가 사람이다.
대도시의 밀려오고 밀려가는 군중도 싫지만 나는 뉴욕이나 서울 같은 메가시티의 overwhelming 압도하는 건물들에 휩싸이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곳에서 안 그래도 작은 몸집의 나는 눌리는 답답함을 느낀다. 그래도 한때는 도전과 탐험심으로 건물들 사이를 헤치고도 다녔지만 지금은 나이가 말하는지 별로 그런 sky scraper는 달갑지가 않다.
이런 내게 적당히 그린 속에서 편히 쉬어가며 산책도 할 수 있는 열린 풍경이 최상의 장소다.
신정호는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1926년에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온양온천과 더불어 아산의 명소로 사계절 휴양지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아들이 아산에 오고 나서 벌써 몇 번은 갔는데 네 번째 갔을 때는 호수 전체를 한 바퀴 돌기로 마음먹고 걸었다. 호수 외곽으로 도니 5킬로 정도 한 시간 반 거리로 하루 운동복용량 채우기에 딱 좋았다.
걷기는 종합예술이다. 눈으로 포착하는 장면들을 뇌는 쉼없이 분석하고 받아드리며 두 다리는 부지런히 움직인다
나도 지리산집에 심은 배나무처럼 요즘은 관상용으로도 배를 많이 심는다. 눈으로 보는 것이 더 배 부르다
연꽃단지와 갈대 호수 위의 오리들도 우리 시선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번잡하지 않아 가족끼리 얘기하며 조용히 걷기에 좋았다.
지금은 신정호수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저수지의 본래 명칭이 마산저수지라고 적혀있기에 왜 여기가 내가 사는 도시 마산이라 이름 지었지? 싶어서 어리둥절했었다 ㅎㅎ 알고 보니 저수지가 만들어지기 전 저수지 중앙에 마산이라는 부락이 있었는데 저수지로 수몰되고 그 부락명을 따서 마산 저수지라고 했던 거였다.
집에 와서 다시 전체 지도를 보니 조각공원이란 곳도 있고 야외 음악당도 있다. 날이 더워 걷다 도중에 카페에 들어가서 더위를 피하며 걸었기에 잘 못 봤을 수도 있다.
아들은 8월 신정호 Summer Festival에 김창완 밴드랑 다른 밴드들이 오는 공연이 있어 갈 것이라 한다. 어쩌면 나도 함께 일정을 맞춰봐야겠다. 이사하고 일주일 있다 내려온 후 아들이 전화 와서 엄마 또 언제 올 거냐? 한다.
이쁜 며느리와 함께하는 둘째는 독립해서 좋고 모태솔로인 큰아들은 아직도 품 안의 자식같이 여겨지니 그도 좋다. 이전 까칠함, 예민함은 다 어디 가고 엄마방 있으니 언제든지 오면 된다고 하니 고맙기도 하다. 어느새 훌쩍 자라 나이 30을 넘으니 아들도 이제는 함께 동반성장해 가는 도반처럼 여겨진다.
그래, 어차피 가족은 한 팀이다. 그냥 육신의 패밀리이기도 하지만 soul family이기도 하다. 믿거나 말거나 할 사람도 있겠지만 전생이 있다면 부부만 천생연분이 아니라 부모자식 또한 각별한 인연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흔히 부모자식 간에는 부모가 채무자라는 얘길 했더니 사춘기 때 아들이 웃으며 '옴마 열씨미 빚 갚아라' 했었다. 어쨌든 서로 도와 윈윈 하며 이번생도 함께 잘 살아내서 영혼의 레벨 업 성장을 하러 온 같은 팀인것은 맞다 본다.
그리 보면 부모, 부부, 자식, 형제 다 마찬가지일 거다. 인연이 깊을수록 더 큰 비중으로 서로 돕고 동반성장하는 관계로 보면 될 것 같다. 습해서 다소 더운 날씨이긴 했지만 걷는 동안 우리는 이런저런얘기, 우스갯소리까지 하며 초록풍경 속에서 다시 한번 인연의 소중함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