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송 배경음악이 Once Upon a time in the west~~옛날 옛적 서부에서~입니다.
시, 가을 분위기와도 잘 맞아서 관객 호응도가 좋았습니다 :)
행사 사진
가을이 깊어간다...
가을은 분주하기도 하다. 마지막 태양 볕으로 익어가서 일년치 농사의 수확을 해야하는 계절이니 바쁘다. 안팎 농사에 딱히 가을걷이할 것도 없는 나도 하릴없이 바빴다. 거둘 것이 많아서가 아니라 이제 곧 맞닥트릴 빈 들녘 허허로움이 오기 전 마지막 이삭줍기라도 해야 할 거 같아 동동거리는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지난 주말은 전국 동호회 행사에서 진행을 맡아서 사회와 시 낭송에다 퀴즈 마당까지 준비하느라 집중했었다. 행사를 즐겁게 잘 마치고 시골집에 갔다. 함께 모시고 간 지인이랑 차 한잔, 동네 한 바퀴하고 한시름 놓고 있는데 앞집 언니가 ‘밥 쌀 좀 더 앉히까?’ 물어오신다.
무슨 거창한 저녁 초대는 아닌데 저녁 같이 먹자는 소리다. 나야 오랜만에 온 시골집에서 마트도 안 들리고 왔는데 마음으론 얼씨구 절씨구이지만 그저 고맙고 미안할 따름이다.
저녁 준비로 도울 일이 있을까? 하고 좀 일찍 갔지만 나는 앉혀놓고 언니는 텃밭 야채를 데쳐 조물조물 나물을 무치고, 감자전을 부치고, 밥솥에 계란찜도 얹어놓고 평소 실력과 품격을 보여주신다. 냉장고 반찬통 꺼내니 김치가 서너 종류에다 멸치볶음, 콩나물무침, 내가 좋아하는 우엉 조림 출현에 입이 벌어진다. 밥을 먹으러 온 남편도 우와~하며 밥 두 그릇 뚝딱이다. 평소 밑반찬 없이 김치에다 일품 반찬 스타일인 우리 집과는 다르니 말이다. 한식 대첩이라고나 할까!
암튼 이 가을은 언니네 집 식탁처럼 풍성하다.
이튿날 온종일 밭에 대봉감을 따서 일일이 닦아서 이웃에도 나눠주고 택배로 사돈네로 친정 오빠, 남동생네로 다 보냈다. 본가로 가져와서 아파트 경비아저씨와 이웃과도 나눔 했다. 집 입구의 골드키위도 따고 나는 이제 밖의 가을 걷이를 끝냈다. 내면의 가을걷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어쩌면 우리가 이번 소풍길 눈을 감는 날 마지막 수확을 할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