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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May 23. 2024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올해 찍은 벚꽃사진을 다 갖다 넣었다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이 기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 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 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 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 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 놓고

구름처럼 하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 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 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 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동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 통장도 벗어 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정하게 앉아 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 떼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하고 싱싱해짐을 알 것이다     


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든

이미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 그늘로 오렴






좋은 시를 올해 찍은 벚꽃사진과 배경음악까지 넣어서 보니 더욱 좋다.

올핸 유난히 벚꽃 설렘도 많았다.


그러나 봄비와 함께 화무십일홍 꽃이 지는 아쉬움도 함께 있었다.


벚꽃 그늘아래  앉을 수 있는 시간도 잠시잠간이다.

그러니 때 마다 삶 속의 꽃 그늘 잊지말고 누리고

위로 받으며 가시길~!  


오월엔 장미, 유월엔 다른 꽃이 연달아 피어날 것이고

우리 삶 속에 쉬어갈 여백은 언제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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