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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Aug 13. 2023

예술의 도시 피렌체

메디치가의 흔적들과 가이드 루카

피렌체 투어를 위해 버스에 오르니 가이드가 며칠 사이 날씨가 별로였는데 오늘은 너무 좋다며 ‘오 마마미아’를 연발한다. 마마미아는영어식으로는 ‘오마이 갓데스’, 우리 식으론 ‘어머나 세상에’ 정도의 이탈리아식 표현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좋은 걸로든 안 좋은 걸로든 가장 많이 쓰는 말이다. 가이드는 자신의 이름을 루카로 소개하며이탈리아식 이름이라고 했다.


사실 성경의 4복음서 마태, 마가, 누가, 요한의 이름이 기독교 국가들에서는 가장 보편적으로 흔한 이름인데 나라마다 발음만 조금씩 다를 뿐이다. 마태오 리치의 마태오, 마르코 폴로의 마르코, 그리고 루카는 누가고, 지오반니가 요한이다. 요한은 영어로는 존(John)이고 프랑스어로는 장(Jeaon)이다.


가이드 루카는 부두에서 피렌체까지 가는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말하는데 내공이 장난이 아니다. 18세 때 시작한 가이드 경력이 18년 되어 지금 36세란다. 이탈리아 가이드들은 지역별로 다 특화되어 있다 한다. 그래서

나폴리 가이드는 피렌체 역사를 전혀 모르는 식이다.

그리고 피렌체를 ‘플로렌스’라고도 부르는데 그렇게 부르지 마라, 이탈리아식으로 ‘피렌체’고, 베니스 아니고 ‘베네치아’다 등등 옳고 맞는 말을 착착 조리 있게 설명도 잘한다. 적어도 지명은 각자 자기 나라 식으로 불러줘야 하는데 우린 대부분 영어식으로만 부르는 경우가 많다.


어쨌든 피렌체는 로마보다 먼저 이탈리아의 수도였던 도시고, 면적으론 런던 다음으로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피렌체 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넷플릭스에서 매료되어 본 <메디치가>다.

로렌조와 메디치가 3대 스토리에 흠뻑 빠져서 보았는데 역사나 르네상스 등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강추드린다.


프랑스 요리가 유명해진 것도 메디치 가문 덕분이다. 메디치 가문 딸이 프랑스 왕가에 시집가면서 친정집 요리사를 데리고 갔고 그 요리사로 인해 궁중요리가 발달했다. 그러다가 프랑스 시민들이 왕을 단두대에서 보내버리자 일자리를 잃은 요리사(chef, 쉐프)들이 거리로 나가 식당을 차리며 프랑스 요리가 전반적으로 발달하게 된 것이다.


메디치가는 특이하게 평민 출신이 중세 봉건귀족을 누르고 르네상스를 가져올 정도로 유럽 역사와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처음엔 상업으로, 나중엔 교황청과 은행 거래를 하면서 돈을 모아 피렌체에서 거의 몇 세대를 귀족보다 더한 돈과 권력을 가지고 예술, 문화 활동을 이끌었다. 그러면서도 평민 출신임을 잊지 않고 다른 가문들과 조율하며 통치하려 한 점이 중세를 넘어 근대사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역사적으로도 중요하다. 또한 교황과 소통, 거래를 하다가 원활하지 못하자 자신의 가문에서 두 교황을 배출할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영화에서 본 메디치 가문의 집들과 지금은 시청으로도 쓰이는 궁전 같은 건물, 그리고 미켈란젤로와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은 예술가들의 조각과 건축을 보니 나도 ‘오 마마미아’가 절로 터져 나왔다.


두오모 성당에 갔더니 인파가 어마어마했다. 이전에 와 본 적이 있는 피렌체라 두오모 성당과 베키오 다리를 추억하며 다시 걸어보았다. 그때는 겨울이었는데 같은 장소지만 다시 오게 되니 다른 느낌으로 감회가 깊었다. 이렇게 세월을 추억할 수 있는 것도 짧은 생에 큰 축복이라 여기며 다리 위에 서 봤다. 다리 위에 즐비한 보석가게도 그대로고 흘러가는 강물도 여전했다.


산타크로스 성당(성 십자가 성당)에 들어가 봤다. 800년 전에 세워진 이곳에 르네상스 거장들이 잠들어 있다. 지구가 돈다 해서 파문을당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비롯하여 미켈란젤로, 마키아벨리, 작곡가 로시니 등의 무덤이 있다. 이곳 역시 두오모 성당 못지않게 아름다운 곳이었다.


가이드 루카의 명쾌한 설명으로 예술의 도시 피렌체를 잘 감상했다. 그리고 버스 타고 돌아오는 길에 여긴 안드레아 보첼리의 고향인데 자기 지인이기도 한 보첼리 노래를 들어보라며 몇 곡 틀어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문 가이드로서의 센스와 내공이 돋보여서 내릴때 고마웠다고 인사하고 가려는데 앞 승객 몇 분이 팁을 준다. 나도얼른 같이 따라쟁이 하고 나서 어쩌면 사람 마음은 다 같구나 싶어졌다. 저녁 노을까지도 멋진 꽉 찬 하루였다.

 석양이 지고 9시에서 10시까지도 바다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예술의 도시 피렌체를 본 날,자연이 아름답고 사람도 하늘도 땅도 다 그러하다.


▶ 메디치가 정문 입구. 벽돌 두께도 어마어마하다. 휘장 아래 둥근 것은 말을 매는 구멍이다

▶ 두오모 성당

▶ 메디치가 내부 회랑의 섬세한 천장과 기둥

추억의 다리에 다시 서서 ㅎ ㅠㅜ

누군가 화장실이 급하다니 어디선가 쉬다 뛰쳐나오는 루가 ㅋㅋ

베기오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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