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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Aug 13. 2023

드뎌 로마가는 날

‘세계의 머리’, ‘영원한 도시’ 로마

로마 가는 날~!


새벽 6시 30분에 로마로 출발! 가슴이 뛴다. 오늘은 어떤 가이드가 우리를 즐겁게 해주려나 기대를 해본다.

가이드는 자신을 빈센트라 소개하고 애칭인 ‘비니’라 불러달란다.

비니? 왠지 익숙한 이름이네 하면서 생각해보니 아들이 잘 쓰는 모자이름이다.

 안경 쓴 옆모습으로도 보이는 굵은 인상파 주름에다 각진 얼굴이 꼭 로마병사처럼 생겼다. 전날 가이드 루카가 감성 천사 훈남으로 정말 피렌체스러웠다면 비니는 로마스럽다고나 할까. 풍토, 환경의 산물인 사람도 지역에 따라 모습이나 느낌이 다른 게 흥미롭다.


여행은 그 지역의 풍경, 음식, 사람을 만나보는 재미인데 가이드가 현지 특화상품인 셈이다. 사실 나는 여행지 필수 정보 외엔 인터넷정보도 잘 안 찾아본다. 인터넷 정보 열 마디보다 현지인의 한 마디가 더 낫다. 현지 가이드는 수많은 정보를 간단명료하게 전달해주고,실제적이며 검증된 정보를 알려주니 훨씬 더 유용하고 신뢰가 간다.


로마의 대명사 콜로세움부터 방문했다.

로마 황제들은 이곳을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대중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자신들의 입지를 다졌고, 반항하는 자는 며칠 굶겨서 성난 맹수의 먹이로 던져버릴 수도 있다는 암시를 주기도 했던 잔인한 경기장이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와 초기 기독교인들의 순교 장소로도 유명한 곳이다. 콜로세움은 4층짜리 건물로 1층 도리아, 2층 이오니아, 3층 코린트 양식으로 각 층마다 건축 양식을 달리했는데 이는 앉는 사람들의신분에 따라 달라졌다고 한다. 1층의 가장 낮은 곳에 설치된 특별석에는 황제, 2층에는 귀족과 무사, 3층에는 로마 시민권자, 4층에는 여자, 노예, 빈민층이 앉았다. 관객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었으며 비가오면 피할 수 있도록 천막 지붕도 설치되어 있었다.


가이드는 우리가 밟고 있는 하얀 돌은 이전 콜로세움 경계였으며 원래 경기장은 지금 모습보다 훨씬 컸다 한다. 콜로세움이 만들어지기 전 이곳은 네로궁전이 내려다보이는 인공 연못이었는데, 4만 명의 인부를 동원하여 다 메꾸고 이렇게 지었다는 가이드의 얘기를 들으면서 일행 중 누군가가 ‘과연 미친 로마인들이다’라고 해서 다들 웃었다. 연못에 물을 채워 모의해전을 공연하기도 했단다.


1세기에 지어진 원형 경기장이 2천 년 세월 동안 지진과 전쟁을 겪고도 아직도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니 누가 뭐래도 고대 로마의 뛰어난 건축 기술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콜로세움이 버려졌던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이 대리석과 잘 다듬어진 돌들을 뽑아서 새 건물이나 집 짓는 데 사용했다 한다. 굳이 산에까지 돌을 구하러 갈 필요가 없이 콜로세움 내부 장식에 붙어 있던 돌을 가져다 쓴 것이다.


▶ 한눈에 들어오는 콜로세움~ 바위 사이에 현대식 시멘트 대신 화산석과 흙, 우유 등을 섞어서 만든 단단한 재료가 사용되었다. 돌과 돌 사이는 연결되지 않아서 한 돌이 빠지면 와그르르 무너질 수도 있는데 전쟁, 지진에도 버틴 로마의 건축 기술이 대단하다. 원래 있던 부분과 새로 덧된 부분의 차이가 보인다.


콜로세움을 보고 화려한 하얀 대리석 궁전이 있는 베네치아 광장을 지나 무솔리니가 연설하던 발코니가 있는 건물 쪽으로 걸어가며 파다 만 유적지들, 뒹구는 돌들도 2천 년의 역사를 말하고 있는 시간 여행을 해본다. 뙤약볕은 내리쪼여도 항구에서 불어오는 미풍이 있어 발걸음도 가벼운 로마 산책이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그 역사 덕분에 유럽에서는 로마를 가리켜 ‘세계의 머리’,
‘영원한 도시’라고 부르는지도 모른다.


▶ 파리 개선문이 본떠 만든 티투스 개선문

▶이 천년의 돌무더기 유적지가 시내 한 복판에 그대로

이태리 식당 라자니아와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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