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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Aug 13. 2023

바티칸 박물관과 성 베드로 대성당

자세히보면 쇼킹한 바티칸 종교의 도시

비니가 오늘이 토요일이라 운이 좋은 것이라며, 로마인들은 더위를 피해 주말 별장이나 해변에 가서 교통 체증이 없을 것이라 했는데,시내는 관광객으로 꽉 채워져 바티칸에 가니 와글와글 난리다. 어렵게 입장해서 보니 박물관에는 교황들이 천 년 이상의 부와 권위로 모아놓은 소장품들로 가득하다. 물론 전시 공간이 부족해 바닥에도 쌓아두었던 이집트 카이로 박물관에 비하면 내용물은 훨씬 적지만 그래도 이곳이 루브르와 대영박물관에 이어 세계 3대 박물관이란다.


쇼킹했던 것은 일명 솔방울 정원이란 곳에서 본 거대한 솔방울이었다. 바티칸 정원의 솔방울은 무얼 상징하는 걸까? 부를 상징한다고 설명하는데, 솔방울은 우리 뇌의 송과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것을 건물 중앙에 4미터 높이로 조각해놓았다.


▶ 4미터 높이의 거대한 솔방울이 있는 바티칸 정원

▶ 벨베데레의 토르소. 이 작품을 본 교황이 미켈란젤로에게 복원을 지시했는데 ‘이것 자체로도 완벽’하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몸통만 있는 것을 ‘토르소’라고 부르게 되었다.

▶ 각 나라 수장이나 주요 손님이 오면 교황과 함께 걷는 곳으로 길이가 120미터다. 다들 압도적 건물과 그림에 기가 꺾였을 거라 생각하니 이 방의 용도가 그것이 아니었을까 혼자 생각해봤다


박물관과 이어지는 시스티나 성당은 교황의 서거나 사임 이후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conclave)가 열리는 곳이다.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 전파 차단기가 작동하며 성당 내 통신 및 전기기

구를 모두 치우고 카펫까지 제거한다.

그렇게 성당 문을 폐쇄하고 선거 결과를 나중에 연기로 피워 올리는 걸 영화에서 본 적이 있다.


 이곳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그림이 있어 더 유명하다. 4년간 천장에 그림을 그리며 미켈란젤로는 눈과 목 통증에 시달렸다는데 나는 4분 동안 천장 그림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목이 아팠다. 참 대단한 예술가의 열정과 인내다.


박물관을 나와서 성 베드로 대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성 베드로 대성당은 4세기에 베드로의 무덤 위에 세워진 성당으로 ‘바티칸 대성당’이라고도 한다.

가톨릭의 총본산으로서 유럽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크리스마스, 부활절, 교황 선출일 같은 특별한 날 교황이 발코니에 서서 손을 흔드는 장면이 뉴스에 나오는데 바로 그곳이다.

그런데 50만 명이나 모일 수 있는 광장 중앙에 오빌리스크가 서있는 것이 나는 또 쇼킹했다.


 “오빌리스크는 이교도의 상징인데?”라고 비니에게 물으니
1세기에 칼리쿨라가 이집트에서 가져와서 문양을 다 지우고
꼭대기에 십자가를 뒀으니 이교도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오벨리스크가 태양신 혹은 남근을 상징하는데,
바티칸 성전 마당에 두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싶다.
한편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로 정할 때부터 신앙이라기보다
정치적 선택이었으니 어쩌랴 싶었다.


성당은 종교개혁에 대한 거부감과 반작용으로, 미켈란젤로를 비롯한 당대의 대표적 건축가들에 의해 르네상스식으로 더 성대하고 화려하게 재건되었다. 지난 유럽 여행 석 달 동안 세비야 대성당, 비엔나와 부다페스트 등의 대성당들, 바르셀로나 가우디 성당까지. 그리고 이집트에서 본 거대 모스크들이 바티칸 대성당을 보면서 다 포맷되었다. 다 사라지고 이것만 남는 것 같다. 바티칸 대성당을 보고 이제 성당 보기는 종결짓는 걸로!


로마의 철자 ‘ROMA’를 거꾸로 하면 ‘AMOR’가 된다. 아모르, 즉 사랑의 도시다. 이 비밀스런 이름 때문에 줄리어스 시저조차도 사랑의 여신인 비너스 성전을 지었다. 돌아오는 다리 위에서 마지막으로 읽은 ‘문명도 사람도 역사도 모든 것은 로마에서 시작되었다’는 문구를 새기면서 속으로 말했다. 로마, 씨유 어게인!


그리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다시 보니 가이드 비니는 로마병사에다 교황청 신부처럼 생겼다.


 풍경, 음식 다음으로 사람이 보이기 시작하니 이제 ‘여행은 곧 사람이다’.


▶ 바티칸 광장의 오빌리스크

▶ 교황 제대를 덮은 천개가 화려하고 웅장하다. 저 아래 지하무덤이 있다. 청동을 주재료로 금박을 입혀 제작된 바로크 양식의 걸작품이다.

▶ 붉은 대리석을 진짜 천처럼 조각해둔 베르니니의 작품을 보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바티칸성당안의 삼성 티비 ㅎㅎ / 바티칸과 이태리 로마 국경선 넘기 ㅎㅎ

파란 우산들고 열일하고 있는 로마병사같은 가이드 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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