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부르는 말투 ― 싸움 편

우리는 왜 헤어졌을까.

by 유창한 언변
이별을 부르는 말투가 있다.


사랑은 대화로 시작되지만, 싸움으로 무너진다. 그리고 그 싸움은 감정보다 말투로 깊어진다. 감정이 격해진 상황에서는 말의 내용보다 말의 ‘방식’이 훨씬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그 순간 무심코 뱉은 말, 상처 주려던 건 아니었지만 결국 마음에 금이 가게 만든 말투들. 내뱉은 말은 결코 주워 담을 수 없고, 마지막 한 마디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사랑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던 상대방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다.


 이 글은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보다 ‘싸워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이유’를 만드는 말투에 대해 말한다. 그중에서도 유독 이별을 재촉하는, 결국에는 관계를 파국으로 치닫게 만드는 말투 7가지를 짚어본다.


1. 성격을 문제 삼는 말투: “넌 원래 그래.”

 갈등은 행동으로부터 시작되지만, 결국에 결별까지 달리게 만드는 가속페달은 말이다.
 “넌 항상 그래.” “넌 원래 그런 애잖아.” 이렇게 말하는 순간, 상대는 자신의 인격이 평가받고 있다는 기분을 받는다.


 사람은 실수에는 사과할 수 있지만, 존재에 대한 비난에는 방어부터 하게 된다. 결국 이 말은 화해가 아니라 단절을 부른다. 반복되면 상대는 결국 자문하게 된다. ‘이 사람은 나를 사랑한 게 아니라, 바꾸고 싶었던 건 아닐까?’ 사랑해서 바뀌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타인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모습이, 내 연인에게는 최악의 모습일 때 더욱 그렇다. E에게 I가 되라고 하거나, T에게 F가 되라고 한들, ET들이 바뀌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각자의 성격에는 모두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전혀 봐주지 않은 채, 단점만을 부각하는 말투는 상대방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


2. 대화를 끊는 말투: “됐어, 말하지 마.”


 감정이 격해졌을 때, 잠시 침묵하는 건 괜찮다. 하지만 그 침묵이 일방적이고, 냉소적이며, 상대를 밀어내는 식일 때 문제가 된다.


 “됐어.”, “말하지 마.”, “더 이상 할 말 없어.”, "치워." 같은 말은 싸움을 중단시키는 게 아니라, 대화를 종결시켜 버린다. 상대는 문을 두드리다 지쳐 결국 포기하게 된다. 그렇게, 둘 사이엔 침묵만 남는다. 됐다는데, 이제 그냥 치웠으면 좋겠다는데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관계를 쉽게 종결시키는 말을 서슴없이 뱉는 사람을 보면서, 앞으로도 이 관계는 답이 없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갈등을 불사하고서라도 관계를 지키려고 애쓰는 데, 그 모습을 보면서도 됐다고, 치우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게 상대방을 내팽개친다. 상대방과의 관계를 포기함으로써, 자신의 마음의 평안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말을 듣는 순간, 관계에 대한 의지는 곤두박질쳐버린다. 이때까지의 노력을, 어떻게든 다른 점을 맞춰나가 보려고 애썼던 마음을 통째로 짓밟아버리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과 관계를 지속할 수는 없으니, 결국 이별을 선택하게 된다.


3. 비난과 수치를 섞는 말투: “그걸 말이라고 해?”


 감정이 앞설 때 실수는 누구나 한다. 그런데 그 실수에 대해 “말이라고 하냐”, “넌 진짜 한심하다”, “진짜 웃기다 넌” 같은 말을 던지면, 상대는 무너진다.


 말의 내용보다, 그 말로 인해 ‘비교당하고 조롱당했다’는 기억이 강하게 남는다.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경멸이라는 말처럼, 싸움 중 상대에게 수치를 안기면, 그 관계는 점점 회복 불가능해진다.


4. 일방적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말투: “다 너 때문이야”

 문제를 해결하는 싸움은 건강하다. 그러나 문제를 전가하는 싸움은 독이 된다. “이게 왜 내 잘못이야?” “다 네가 시작했잖아.” 같은 말은 원인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아니라, 상대를 몰아세우려는 감정만 남긴다.


 자주 이 말투가 반복되면 상대는 자신이 늘 가해자라고 느낀다. 어느 순간, “나는 이 관계에서 늘 죄인인가?”라는 피로감에 스스로 이 관계를 끝내버린다. 연인 사이에 일방적인 잘못이라는 것은 사실 존재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순간에 계속해서 남 탓을 하는 말투를 듣고 있으면, '그래, 내가 뭘 해도 소용없겠다.'라는 생각에 관계에 끝을 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5. 감정을 조롱하는 말투: “그래서 삐졌어?”

 싸움 중 감정은 섬세하다. 그 감정을 인정해주기만 해도 금세 진정될 수 있다. 그런데 반대로 “그래서 지금 토라진 거야?” “그걸로 삐졌어?” 같은 말은 감정을 그대로 비웃는 표현이다.


 감정을 ‘유치하다’고 치부하면, 상대는 더 이상 자신의 마음을 꺼내지 않는다. 관계는 표현을 통해 자란다. 감정을 가볍게 여기면, 마음은 천천히 닫힌다.


6. 비교하는 말투: “걔는 안 그런데”

 비교는 때로 잔인하다. “내 친구는 남편이 다 챙겨주던데?” “다른 사람들은 다 이해하더라.” 이런 말은 ‘이해해 달라’는 요청이 아니라, ‘너는 부족하다’는 비난처럼 들린다. 심지어는 '너희 집'이라며, 상대방의 부모님까지 들먹인다면, 관계는 더욱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특히 싸움 중에 나오는 비교는 사랑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뺏기면, 관계는 불안해진다. 비교는 자극이 아니라, 멸시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나 상대방이 바꿀 수 없는 부분을 가지고 계속해서 비교한다면, 상대는 결국에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닿을 수 없는 것이 있고, 아무리 애를 써도 바꿀 수 없는 상황들이 존재한다. 특히나 이미 상대방이 비교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해 이미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거나, 속상한 마음이 강한 상태라면 더욱 그렇다. 앞으로도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놓아줄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하며 관계를 점차 포기하게 된다.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자신을 망가뜨리는 일이니.


7. 냉소와 비아냥이 섞인 말투: “그래, 너 잘났다”

 감정이 격해지면 사람은 흔히 말의 칼을 들게 된다. “그래, 네 말이 다 맞다.” “넌 뭐 완벽하겠지.” 이 말투는 화를 내지 않는 듯 보이지만, 가장 독하게 마음을 찌른다.


 냉소는 말로 웃기 위해 만든 포장이지만, 실제로는 ‘무시’의 정서가 담긴다. 사실은 뭐가 그렇게 잘났냐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고, 상대방도 바보가 아닌 이상 다 느낀다. 사람은 누구나 본인을 포용해 주는 사람을 원한다. 연인이라면, 누구보다 상대방의 장점을 봐주어야 하는 존재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단점만을 부각해서 비아냥거리는 말투는, 상대의 마음에 보이지 않는 흉터를 남긴다.



결국, 말 때문에 이별한다.

 싸움은 끝나지만, 말로 입은 상처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말투 하나하나가 다음 싸움의 불씨가 되고, 감정의 축적이 되어 돌아온다. 그리고 감당할 수 없이 속에 쌓인 말들에 견딜 수 없이 지쳐버리는 날이 오면, 관계는 끝이 날 수밖에 없다.


 사랑을 지키고 싶다면, 말을 조심해야 한다. 감정은 언젠가 풀리지만, 말투에서 받은 인상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이별은 큰 사건보다, 작지만 반복된 상처에서 시작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말 때문에 잃고 싶지 않다면, 지금부터라도 내 말투의 문제점을 받아들이고, 조금씩이라도 고쳐나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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