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숟가락

아직 추운 겨울이니까

by 한경환

밥을 한 숟가락 먹고

수저를 뒤집어서 내린다.


당진에 오면 늘 하던 오래된 버릇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당신은 그런 나의 숟가락을

조용히 반대로 뒤집어 두셨다.


이유도, 꾸중도 않고

말없이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나는 그 모습이 재미있어

늘 숟가락을 뒤집어서 내렸다.


오늘, 뒤집힌 숟가락은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


당신이 숟가락을 돌려놓는 이유를

나는 이제 알 턱이 없다.


물어라도 볼걸 그랬나.


느릿느릿 다가오던 그 손길을

한 번이라도 더 잡아볼걸 그랬나.


나보다도 한참은 더 작은 당신인데.


당신이 남긴 빈자리는 하루를 온통 감싸고도

남을 만큼 큰 그늘이 되었다.


그렇다고 당신이 밉다는 말은 아니다.


아니, 어쩌면 조금 미울지도.


수십 리터의 눈물을 만들어낸 건

당신이니까.


가슴아린 통곡을 만들어낸 건

당신이니까.


조금 더 크게 울면 당신께도 닿으려나.

또 온다는 약속

이렇게라도 지켜진 걸 아시려나.


아직은 눈이 많이 오니까

그 핑계로라도 조금 천천히 가셔요.


날이 아직 추우니

그 핑계로도 조금 더 머물다 가시고요.



그보다도 조금 더 천천히 보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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