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꽃이 떨어진 자리에 남는 것

by 한경환

땅에서부터 시작된 것들이 다시 땅으로 돌아갑니다.

오늘 비에 떨어진 꽃잎들을 보며,

그렇게나 빨리 져버릴 거라면 애초에 피어나지 말지—

잠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곧, 그 짧은 피어남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일이었는지를 떠올렸습니다.

영원하지 않기에 우리는 말을 아끼지 않고,

시간이라는 유한함 속에서 더 다정해지려 애쓰는 것인지도요.


어차피 내일도 있을 사랑이라면

굳이 오늘, 손을 잡을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그렇기에 우리는 오늘을 택합니다.

오늘의 말, 오늘의 눈빛, 오늘의 안부.


모든 건 흘러가고, 스쳐갑니다.

사랑이든, 물건이든, 생명이든—

시간이라는 강 위에 잠시 머물다 다시 흘러가는 작은 계절처럼.


그래서 더 마음을 다하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금세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피어나려는 것들 앞에서

우리의 마음은 더없이 부드러워지니까요.


잠깐 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우리는 사랑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사랑이란, 찰나의 감정에서 시작되어

함께 머물고, 함께 스러져가는 시간을 품는 일입니다.

그 짧은 순간들이 쌓여, 결국 우리라는 시간을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


사라지는 듯 보여도, 남는 것이 있습니다.

피어났던 그 자리에,

조금 더 애틋해진 우리가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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