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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나니 Nov 23. 2023

영원하지 않아서 더 아름다운

영원의 집착

그것은 오래된 버릇 같은 것이었다.

영원하지 않은 것을 피하고는 하는 것.


금세 사라지고 마는 헤나나 스티커보다는

평생 간직할 수 있는 타투를 새겼고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을 만나도 한정제작이라면

구매하지 않았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조차도 이벤트로 주는,

사용기한이 정해져 있는 것은 다운조차 받지 않았고,

곧 시들어버리는 절화보다는 뿌리가 튼튼한 화분을 선호했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이 어느 날 사라지지 않을까 늘 조바심이 났다.


그것은 마음을 여는 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에

다가오는 마음을 밀어내는 일에만 급급했다.


하지만 너는 달랐다.


SNS를 구경하다 ’ 타투 프린터‘를 보고

신기한 듯 말하는 너에게

나는 그런 스티커는 금세 사라져 버려서 싫다고 말했지.


내 무심한 말에 너는 아무렇지 않게도 대꾸했어.



”그래야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겠어? “



아, 나와는 정말 다른 사람이구나.

금세 사라지는 것에도 겁을 내지 않는구나.


잠깐 반짝이고 사라지는 것에서

사라지는 슬픔보다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보는 사람이구나.


영원하지 않은 것을 사랑하지 않는 나와

영원하지 않기에 사랑하는 너.


영원하지 않기에 더 소중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순간에 피어났다 사라지는 감정까지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는 다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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