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들의 아버지
이제야 만져본 할아버지의 주름진 손은 꽤 컸다.
제법 따듯하고 부드러웠다.
할아버지와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전선들이
불규칙적인 곡선을 만들며 작게 소리를 내었다.
내 기억 속 양복을 점잖게 차려입은 채
부드럽지만 단호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핏기 없는 피부에 힘없이 늘어진 손을 가누지도 못한 채 힘겨운 숨을 내쉬고 있었다.
늘 나를 보며 웃어주던 눈가에
내 얼굴을 들이밀어보아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저 초점 없이 정면을 응시할 뿐.
이별은 늘 힘이 든다.
미리부터 준비를 하더라도
이별이 다가오는 순간 무방비해진다.
영원한 안녕은 더더욱.
이제 거의 다 꺼져가는 당신께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당신이 잘 키워낸 아이들이,
당신에게 배운 대로 또다시 아이들을 잘 키워냈어요.
그 아이들이 이번에는 당신의 아이들을 위로할게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어서야
눈물로 이야기합니다.
할아버지, 사랑해요.
짧게 울고 오래 기억할게요.
더 많이 사랑할게요.
더 많이 웃을게요.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