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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나니 Aug 04. 2023

당신의 마침표

아버지들의 아버지

이제야 만져본 할아버지의 주름진 손은 꽤 컸다.

제법 따듯하고 부드러웠다.


할아버지와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전선들이

불규칙적인 곡선을 만들며 작게 소리를 내었다.


내 기억 속 양복을 점잖게 차려입은 채

부드럽지만 단호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핏기 없는 피부에 힘없이 늘어진 손을 가누지도 못한 채 힘겨운 숨을 내쉬고 있었다.


늘 나를 보며 웃어주던 눈가에

내 얼굴을 들이밀어보아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저 초점 없이 정면을 응시할 뿐.


이별은 늘 힘이 든다.

미리부터 준비를 하더라도

이별이 다가오는 순간 무방비해진다.


영원한 안녕은 더더욱.


이제 거의 다 꺼져가는 당신께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당신이 잘 키워낸 아이들이,

당신에게 배운 대로 또다시 아이들을 잘 키워냈어요.


그 아이들이 이번에는 당신의 아이들을 위로할게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어서야

눈물로 이야기합니다.


할아버지, 사랑해요.

짧게 울고 오래 기억할게요.

더 많이 사랑할게요.

더 많이 웃을게요.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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