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하나뿐이라서
공책에 연필로 적어두었던 메모들을 지웠다.
어떤 부분은 말끔하게 지워졌지만
어떤 부분은 끝내 자국을 남겼다.
한 번 쓰인 공책이라 다시 새것처럼 쓰는 게 불가능한 일인걸 알면서도
말끔히 지워질 것처럼 열심히 지우개질을 한다.
의미 없는 지우개질은 종이가 밀려나고서야,
결국에는 구멍이 나고서야 끝이 난다.
… 쓰고 남은 마음에 지우개질을 한다.
하나뿐인 마음이기에
다시 써야 한다며 깨끗이 지워낸다.
오랜 시간 동안 꾹꾹 눌러써온 마음이므로
그 흔적이 쉽사리 지워질 리 없다.
지워버리겠다며 마음에 상처가 나도록,
결국에는 구멍이 나도록 문지르고서야 멈춘다.
당신은 떠났고 쓰고 남은 마음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꾹꾹 눌린 흔적들과 매울 수 없는 구멍들만이
당신이 존재했음을 말해준다.
공책이야 다음장이 있고
다 쓰면 다시 사면된다지만,
하나뿐인 이 마음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