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지나 봄이 오듯이
가지 끝에 내려앉았던 봄이
뜨겁던 여름을 지나
어느새 가을마저 지나쳤다.
쉼 없이 흔들리며
세차게 내린 여름의 장마를 지나
뜨거운 태양을 온몸으로 견디며,
그렇게 모든 계절을 기쁘고 아프게
즐겁고 힘겹게, 그리고 또 행복하도록 무섭게
흔들리며 지나왔다.
다시 또 찾아온 겨울이
매서운 칼바람이
살갗에 닿는 시린 공기가
우리를 힘들게 할 것을 알지만 계속 나아갈 것이다.
우린 이미 알고 있으니까.
그 안에 크리스마스의 행복이,
손난로의 따스함이,
새해의 희망이,
종이봉투 속 붕어빵의 달콤함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겨울을 지나
다시 또 향긋한 봄을
푸르른 여름을
화려한 가을을 지나
포근한 겨울로 돌아올 것이다.
마음껏 흔들리고 깨어지고 부서지고 주저앉으며
그 모든 계절을
이 모든 시간들을 견디며 지나가겠지.
어느새 다가온 겨울이,
한 해의 끝자락이 더 이상 아쉽지 않다.
끝은 시작이라는 걸,
영원한 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