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나니 Dec 15. 2023

또다시 겨울

겨울을 지나 봄이 오듯이

가지 끝에 내려앉았던 봄이

뜨겁던 여름을 지나

어느새 가을마저 지나쳤다.


쉼 없이 흔들리며

세차게 내린 여름의 장마를 지나

뜨거운 태양을 온몸으로 견디며,


그렇게 모든 계절을 기쁘고 아프게

즐겁고 힘겹게, 그리고 또 행복하도록 무섭게

흔들리며 지나왔다.


다시 또 찾아온 겨울이

매서운 칼바람이

살갗에 닿는 시린 공기가

우리를 힘들게 할 것을 알지만 계속 나아갈 것이다.


우린 이미 알고 있으니까.


그 안에 크리스마스의 행복이,

손난로의 따스함이,

새해의 희망이,

종이봉투 속 붕어빵의 달콤함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겨울을 지나


다시 또 향긋한 봄을

푸르른 여름을

화려한 가을을 지나

포근한 겨울로 돌아올 것이다.


마음껏 흔들리고 깨어지고 부서지고 주저앉으며

그 모든 계절을

이 모든 시간들을 견디며 지나가겠지.



어느새 다가온 겨울이,

한 해의 끝자락이 더 이상 아쉽지 않다.


끝은 시작이라는 걸,

영원한 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안녕, 가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