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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나니 Oct 24. 2023

매일이 축제일 순 없어도

지금은 행복하잖아요

우연히 방문한 진주에는 축제의 마지막날이 한참이었어.

들뜬 마음으로 그곳을 향해 걸었지.


그곳에는 모두가 어린이들이었어.


신발을 꺾어 신고 아장아장 뛰어가는 아이들

가장 좋은 옷을 꺼내 입고 가장 예쁜 얼굴을 붉히며 손을 잡고 걷는 아이들

흰머리를 가지런히 묶고 한평생을 함께 살아온 이의 팔을 감싸 안은 아이들까지.



저마다 웃음이 가득했고 즐거움이 터져 나왔어.


작고 조금은 유치한 놀이기구를

반짝이는 눈으로 기다리는 아이들


거리를 가득 메운 번데기냄새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


시끄러운 마이크소리


반짝이는, 어딘가 촌스러운 화려한 조명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


저마다의 소원을 싣고 물 위에 떠있는 불꽃들까지.



모두가 분위기에 휩쓸려 자연스레 녹아들었고

모두가 하나의 풍경으로 자리 잡았지.



언젠가 내가 아주 어릴 적에 보았던 풍경인 것 같아.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마음이 몽글몽글 그리워져.



아마 오늘 본 풍경도 그렇게 잊혀지겠지.

기억이 잘은 나지않지만 몽글몽글 그리운 마음으로 남을 거야.


이 마음이 그리워지면 다시 찾아올게.


그땐 꼭 번잡한 사람들 가운데서

오래전 만들어진 적당히 데운 꼬치하나 사들고

아이처럼 입 주변에 소스를 묻히고 먹을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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