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부지런히 살아가면서도 심심하다고 생각할 때는 글을 읽는다.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마음과 갈 곳 없는 말의 주인을 찾아주려 할 때는 글을 쓴다.
자그마한 씨앗이 자라고 꽃을 피워 마침내 지는 것처럼 한 사람의 계절도 다양한 변화가 있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타인과의 만남과 그로 인한 세계의 확장이 있다. 다른 세계에 대한 열망은 그 세계와 부딪칠 수 있는 힘이 되고, 산산이 부서진 후에 견고해진다. 봄에 만난 당신은, 겨울이 되어 생각이 더욱 깊어진다.
당신에 대한 기억은, 또 다른 계절에 따라 반추된다. 매년 돌아오는 바람의 냄새를 맡으면 차곡차곡 쌓인 그 계절만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흘러가는 듯 다시 돌아오는 빛바랜 기억을 남겨두고 싶어, 생각이 날 때마다 노랫말처럼 글을 적었다. 어쩌면 지극히 개인적인 언어들에 불과할 지도 모르겠지만, 때로는 가장 개인적인 말들이 그토록 와닿기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인연들을 향해 노래를 한다. 당신으로 시작해 나로 끝나는 이야기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