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더딘 듯 흘러간다고 느낄 때면 주위를 둘러본다.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이들과 벌써 8년이 되어 있다거나, 마치 어제 일 같던 추억 이야기가 10년이 훌쩍 지났다는 걸 깨달을 때면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
세월의 흐름만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주제도 변한다. 선생님에 대한 불만에서 상사와의 불화로, 시시콜콜한 연애에서 나잇값에 따라 무게가 더해지는 결혼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던 진로에 대한 고민에서 이것저것 따지게 되는 직장에 대한 고민으로.
“우리, 하나 둘 잃어가는 것 같지 않아? 막상 하나도 얻은 것 같지 않은데.” 이런 말을 하니, 모두 무언의 고갯짓으로 동의를 표했다. 가지고 싶었던 게 무엇인지도 모르겠는데, 어쩐지 해를 거듭할수록 매듭이 하나씩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저 방황하고, 얻지도 못한 것들을 잃어가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결국 남는 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감히 내게 남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