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최고의 보물, 삶

삶주의

나는 모든 ‘주의’(主義, ~~ism, 이데올로기)를 거부한다. 

모든 ‘주의’는 필연적으로 단순화의 오류, 환원의 오류를 범하기 때문에 

나는 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전체주의도, 개인주의도, 도덕주의도, 

과학주의도, 역사실증주의도, 자유주의도, 국가주의도, 무정부주의도 거부한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추구하는 ‘주의’가 있다. 

바로 ‘삶주의’(Life-ism)다. 


나는 삶이 깃들지 않은 모든 것을 똥으로 여긴다. 

나는 삶과 유리된 진리 · 삶과 유리된 신 · 삶과 유리된 지식(이론)을 거부하고, 

삶과 조우하지 못하는 신앙(믿음)을 혐오한다.  

나는 삶을 호흡하지 못하는 노동을 저주하고, 

삶을 실어 나르지 못하는 생각을 조롱하고, 

삶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생활을 슬퍼한다. 

나는 삶이 녹아 있지 않은 글을 기피하고,  

삶이 숨 쉬지 않는 예술을 외면하고, 

삶이 빠진 대화를 싫어한다.   


왜냐면 삶이 빠진 것은 다 껍데기요 환상이니까.

삶과 유리되어 있는 것은 신이든, 사랑이든, 신앙이든, 지식이든, 진리이든, 

종교이든, 돈이든, 성공이든, 예술이든 모짝 가짜요 헛것이니까. 

삶을 살게 하지 못하는 신은 신이 아니고,   

삶으로 인도하지 못하는 진리는 진리가 아니니까.   

삶을 잉태하지 못하는 생각은 생각이 아니고, 

삶을 말하지 않는 예술은 예술이 아니니까. 

삶과 하나 되지 않은 영혼 또한 아직 영혼이 아니니까. 


오직 삶을 살게 하는 신만이 신이고, 

삶으로 인도하는 진리만이 진리이고,   

삶을 잉태하는 생각만이 생각이고,

삶을 말하는 예술만이 예술이고,  

삶과 하나 되는 영혼만이 영혼이다. 


나에게 있어 모든 것 중의 모든 것은 삶이다. 

삶이 하나님 위에 있다는 면에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베푸신 최고의 선물이 삶이고, 

창조와 구원의 알파와 오메가 또한 삶이고, 

인간이 향유해야 할 생명의 알짬이 삶이라는 면에서 

삶은 나에게 모든 것 중의 모든 것이다.

그러니 나는 삶주의자임에 틀림없다. 


옳다. 나는 삶주의자다. 누가 뭐라 해도 삶주의자다. 

물론 삶주의 역시 단순화의 오류, 환원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항상 잃는 것이 삶이기에,

돈으로 잃는 것이 삶이고, 

지식으로 잃는 것이 삶이고, 성공으로 잃는 것이 삶이고, 

권력으로 잃는 것이 삶이고, 예술로 잃는 것이 삶이고, 

종교로 잃는 것이 삶이고, 정치로 잃는 것이 삶이고, 

신앙으로 잃는 것이 삶이고, 스포츠로 잃는 것이 삶이기에 

나는 감히 삶주의를 표방하고 추구한다. 


내가 하나님주의를 표방하지 않고 삶주의를 표방하는 것은 

하나님은 ‘~~주의’로 표방할 수 없는 분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주의’로 표방하는 것은 하나님을 사상이나 이데올로기 차원으로 능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유일하게 인정하고 추구하는 주의는 오직 삶주의다. 

작가의 이전글 사람은 누구든 자기만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