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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Yourself

자기 사랑에 대한 오해

“Love Yourself”

인간은 말로 소통하지만, 말 때문에 오해하고, 말로 인해 본질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참 많다. 노자가 도덕경에서 도를 도라고 하는 순간 그 도는 참된 도가 아닌 게 된다고 갈파했듯이.  

“Love Yoursel”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를 사랑하는 것’을 매우 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배우고 훈련하지 않아도 절로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사람들은 ‘자기를 사랑하는 것’을 은근히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훌륭한 일인 반면 ‘자기를 사랑하는 것’은 이기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감히 ‘자기를 사랑하라’고 권면하지 않는다.  


한 번 돌아보라. 살면서 지금까지 당신에게 “Love Yourself”하라고 말해 준 이가 있었는지. 나의 경우 “Love Your GOD”, “Love Your Neighbor”하라는 말은 수 천, 수 만 번 들었어도 “Love Yourself”하라는 말은 한 번도 들은 기억이 없다.

어떤 선생님에게도, 어떤 목사님에게도, 어떤 책에서도 인상 깊게 들은 기억이 없다.


그런데 갑자기 얼마 전부터 “Love Yourself”라는 말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욕망해도 괜찮아”

“너를 사랑해도 괜찮아. 아니 너를 사랑해”

라는 말들이 봇물 터지듯 여기저기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렇다. “Love Yourself”는 새로운 외침이다.

21세기가 되어서야 겨우 피어난 새로운 언어다.

“Love Yourself”는 20세기까지 사실상 금기어였다.

누구도 입 밖에 낼 수 없는 금기어,

누구도 입 밖에 내어서는 안 되는 금기어였다.  

교회 안에서는 ‘자기를 사랑하는 것’은 거의 원죄와 같은 것으로 통했고, ‘자기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큰 죄가 없다고 보았기에 더더욱 금기어였다.


그렇게 오랜 세월 금기어였던 “Love Yourself”는 이제 21세기의 중심 언어로 폭발했다.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수 만 년의 세월을 흘려보내고 나서야 겨우 “Love Yourself”라고 말하기 시작한 셈이다.

나는 인류가 이 한 마디를 하게 된 것을 가히 [인류사의 대혁명]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위대함, 개인의 숭고함, 개인의 주체성에 진정으로 눈뜬 [인류사의 대혁명]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다시피 우리는 보통 ‘자기를 사랑하는 것’을 매우 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 정말 쉬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를 위하는 것’은 쉽지만 ‘자기를 사랑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자기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자기를 진정한 주체로 대접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를 자기 밖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자기가 누구이며 무엇이 아닌지를 알아야 한다.  

자기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이며 동시에 아무 것도 아닌지를 알아야 한다.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 자기를 위하는 일이 아니어야 한다.

즉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 너를 사랑하는 것과 하등 다를 게 없어야 한다.

너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 나만의 자유는 전혀 자유가 아니듯

너를 사랑하지 못하는 자기 사랑은 전혀 자기 사랑이 아니다.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 너를 사랑하는 것과 하나일 때만 비로소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의 진실이 이러하다.

그런데 자기를 사랑하는 일이 쉽다고??

실로 엄청난 오해요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자기를 사랑한다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우리네 삶에 여전히 상처와 고통이 있는 것도 바로 그래서다.

자기를 사랑하는 일이 심히 어렵기 때문이다.  

자기를 위할 줄만 알지 자기를 사랑할 줄은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기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이고, 자기를 파괴하는 것이고, 자기를 자기 안에 가두는 것이고, 자기를 오용하는 것이고, 자기 삶을 별 것 아닌 일에 낭비하는 것이고,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겪는 것이다.  

또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기에 너를 사랑하지 못하여 너를 함부로 대하는 것이고, 너를 파괴하는 것이고, 너를 나의 잣대에 가두는 것이고, 너를 도구화하는 것이고, 너와 경쟁하는 것이고, 너를 속이는 것이고, 그로 인해 뭇사람에게 상처와 고통을 주는 것이다.

   

옳다.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랑은 오롯이 주체만이 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일이다.

참 주체에게만 요청되는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다.

정말이다. 한 사람이 주체가 되기 전까지는 진정한 의미의 사랑을 할 수 없다.

주체 이전의 사람은 자기를 위할 줄만 알지 자기를 사랑할 줄은 모른다.

그런 면에서 예수님께서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실 때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막12:31)고 말씀하신 것은 의미심장하다.

 

“Love Yourself”는 21세기의 중심 언어로 분출했다.

나는 이 언어의 분출이 문명사적 대전환의 서막이라고 생각한다.

가히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꼭 기억해야 한다.

‘자기를 사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Love Yourself”는 분리된 개인, 분열된 개인, 자기 안에 갇힌 개인, 너와 경쟁하는 개인, 우상이 된 근대의 개인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Love Yourself”는 오직 너와 마주한 개인, 너를 영접하는 개인, 우주와 함께 호흡하는 개인, 그러면서도 너와 구별된 독특한 주체인 개인으로만 가능한 일임을.


우리는 그동안 이 말을 하지 못했다.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이 말을 할 용기도, 자기 자신을 사랑할 능력도 없었다.

다시 말해 인류는 그동안 능동적 주체가 되지 못했다.

자기를 사랑할 만한 성숙한 주체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온 세상 앞에서 “Love Yourself”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아직은 성숙한 주체로 태부족이지만 그럼에도

힙합 아이돌 그룹 BTS처럼, 예수님처럼 “Love Yourself”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이 말을 함께 주고받으며 인류는 성숙한 주체로 성장해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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