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보다 느려도 괜찮다. 더 인간다워야 한다

AI시대, 우리 회사는 괜찮을까?

by 손동진

팀장이 바뀌었다.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광고대행사에 새로운 팀장이 왔다.

그런데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왜냐고? 다들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업계, 언젠가는 뒤집힐 거라는 걸.

그리고 그날이 그냥 오늘일 뿐이었다.

광고는 원래 짜치는 업이다.

밤새면서 확신도 없는 아이디어 하나 붙들고 낑낑대는 일상.

근데 어느 날, 회의실 문 열리더니 누가 말한다.

“앞으로는 일하는 시스템이 완전히 바뀔거 같던데?".

사람들 표정엔 당황도 없고, 설렘도 없다.

그냥 ‘올 게 왔군’ 하는 체념.

그게 이 바닥의 기본 정서다.


아이디어, 드디어 데이터 위에 올라타다

예전엔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설명하는 데 에너지를 다 써야 했다.

“이게 왜 좋은지”를 납득시키려다 회의가 끝났지.

근데 이제는 다를 거 같다.

감이 아니라 검증이 된댄다.

수천 건의 캠페인 데이터가 뒷받침해준다.

"이건 테스트 결과 CTR이 3배 나왔습니다." 이 한 마디면 끝.

드디어 기획자들이 기획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도구는 많아졌다.

문제는 써먹을 줄 아느냐다 디자인도, 영상 편집도, 툴 덕분에 속도는 빨라졌다.

누구든 몇 분이면 ‘그럴듯한’ 걸 만들 수 있는 시대.

하지만 결과물은 여전히 천차만별이다.

왜일까? 툴이 아니라 '지시력'(=디렉션이라고 한다) 이 실력이다.

툴은 눈이 없다. 취지와 맥락을 말해줘야 한다.

결국, 돌고 돌아 결국 기획력이 핵심이다.


중간관리자, 잘리든가 변하든가

보고 받고, 피드백은 "광고주가 싫어할 것 같아”…

이런 말만 반복하던 관리자들은 이제 자리 없다.

AI가 고객 반응까지 예측하는데, 막연한 직감으로 어떻게 설득할 건가?

하지만 찐 리더는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

사람의 감정 읽고, 팀을 조율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 줄 아는 리더.

기계가 못하는 걸 할 줄 아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광고주가 묻는다. “왜 지금까지 이걸 안 했죠?”

애드플로러를 쓰면 브리프 받고 5분이면 시장 데이터 분석까지 가능하다.

회의도 감정이 아니라 논리로 풀린다.

속도도 빨라졌다. 신뢰도 높아졌다.

목소리를 높이거나 기분 상할 일이 없다.

광고주가 말씀하신다. “왜 지금까지 이런 방법을 안 썼죠?”

사실 그 말 속엔 업계 전체가 너무 오래 ‘감’에 의존해 왔다는 반성이 숨어있다.

자그마치 50년이나 말이다.


기계보다 빠를 필요 없다. 기계보다 더 인간다워야 한다.

클릭 유도나 단기 반응은 자동화가 더 잘한다.

하지만 브랜드는 사람 손에서 탄생한다.

맥락, 감정, 스토리텔링 — 이건 아직 인간의 영역이다.

기계보다 느려도 된다. 대신 더 ‘사람다워야’ 한다.

결국, 광고는 사람을 설득하는 일이다.


인간의 끝이 아니라, 인간다움의 시작

“AI가 다 한다면 우리는 뭘 하지?” 이 질문은 틀렸다.

진짜 위기는 ‘기계를 못 써서’가 아니라, 기계에게 밀려도 할 줄 아는 게 없을 때 온다.

도구는 넘쳐난다. 그걸 제대로 쓰는 사람은 여전히 희소하다.

결국 광고의 미래는, 기계와 함께 일할 줄 아는 사람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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