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둘 시기는 회사가 아니라 내가 정한다

평생 남의 일만 할거야?

by 손동진

평가 시즌이 되면 예전 같지 않은 점수가 나오고,

회식 자리에서 점점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어느 날 갑자기 '팀 개편'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옆자리 이사'가 된다.

직급은 그대로인데 하는 일은 없어진다.

명함은 있는데 권한은 사라진다.

그게 바로 회사가 건네는 조용한 해고 통지서다.

회사 입장에서 퇴사는 단순히 '선수 교체'에 불과하다.

문제는, 내가 그 타이밍을 정하느냐, 회사가 정하느냐다.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잘 나갈 때 그 자리를 못 떠난다.

고과 A+를 받고, 대표 표창을 받고,

사내 게시판에 내 얼굴이 떡하니 올라갈 때.

동료들이 "요즘 잘나가네"라고 말할 때.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회사가 먼저 숫자를 올려줄 때.

"지금이 내 전성기인데 나가면 아깝잖아."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런데 그 말 속엔 이미 '다음 스텝을 모르는 사람'의 두려움이 숨어 있다.

지금 이 울타리 밖에서 나를 알아줄 곳이 있을까.

이 타이틀 없이도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일까.

이 연봉을 다른 곳에서도 받을 수 있을까.

결국 우리는 '아까워서'가 아니라 '무서워서' 못 나간다.


내가 가장 비쌀 때 팔아야 한다

나는 회사에서 3년 연속 A+를 받았을 때, 외부에서 오퍼를 받았다.

당시 팀장님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미가 지금 아쉬울게 뭐 있다고 나가려고 해?"

그 말이 오히려 확신이 됐다.

몸값이 가장 높고, 시장이 나를 인정하고,

가정에서도 내가 가장 자신감 있을 때.

거울을 봐도 초췌하지 않고, 명함을 건넬 때 주눅 들지 않을 때.

그때 움직여야 진짜 레버리지가 생긴다.


주식도 고점에 팔아야 하는 게 아니던가.

왜 유독 '나'라는 주식만 떨어질 때까지 들고 있으려고 하는가.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곤두박질칠 때 퇴사를 고민한다.

성과가 떨어지고, 연봉이 2년째 제자리일 때.

몸이 고장 나서 병가를 내고,

새벽 3시에 잠에서 깨 '사표'를 검색할 때.

월요일 아침마다 구역질이 나고,

출근길에 '사고라도 났으면' 하는 생각이 스칠 때.

그때서야 퇴사를 결심한다.

그건 '전략적 퇴사'가 아니라 '탈출'이다.


그 상태로 나가면, 이직 시장에서 협상력이 제로다.

면접장에서 "왜 퇴사하셨어요?"라는 질문에 답할 말이 궁색해진다.

"성장하고 싶어서요"라고 말하지만 면접관 눈엔 다 보인다.

결국 비슷하거나 더 낮은 조건으로 옮기게 된다.

그렇게 '탈출'은 성공했지만, 인생의 레벨은 오르지 않는다.


반면에 준비된 사람은 회사의 허를 찌른다

회사가 나를 가장 필요로 할 때, 고객이 나를 가장 신뢰할 때,

협력사가 내 이름으로 계약을 걸어올 때.

대표가 "자네 없으면 이 프로젝트 어떡하지?"라고 말할 때.

후배들이 "저 팀장님 밑에서 배우고 싶어요"라고 말할 때.

그때가 바로 내가 퇴사 시점을 정할 수 있는 순간이다.

그때 나가면, 회사는 당황한다. 붙잡는다. 조건을 제시한다.

그 순간 당신은 비로소 '선택받는 사람'이 아니라 '선택하는 사람'이 된다.


그렇다면 언제 나가야 할까? 나는 이 세 가지 신호를 본다.

첫째, 내가 회사에서 배운 걸 써먹을 곳이 생겼을 때.

내가 배운 걸 최대한 활용해서 더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곳이 생겼다면, 그게 신호다.

둘째, 연봉이 오르는 게 더 이상 설레지 않을 때.

숫자보다 '내가 뭘 하게 될까'가 더 궁금해질 때.

그때가 바로 다음 스테이지로 갈 준비가 된 순간이다.

셋째, 퇴사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계획하고 있을 때.

'나갈까 말까' 고민하는 건 아직 때가 아니다.

'어디로 갈까, 언제 갈까, 어떻게 정리하고 갈까'를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다면, 그게 신호다.


회사는 당신을 '투자'가 아니라 '거래'의 대상으로 본다.

당신이 가치가 있을 때는 붙잡지만, 아닐 때는 가차 없다.

그러니 당신도 같은 룰로 움직여야 한다.

퇴사는 배신이 아니라 타이밍 싸움이다.

회사가 나를 평가할 때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나를 평가할 때 나가라.

그게 진짜 프로의 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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