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실력은 기획이 아니라 수금이다

평생 남의일만 할거야?

by 손동진

영화 <조이>의 제니퍼 로렌스는 자신이 직접 만든 걸레를 들고 홈쇼핑 무대에 선다.

기획자도, 대본을 쓴 사람도, 연출을 준비한 사람도 있었지만,

정작 그걸 직접 팔아서 돈을 만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조이는 준비된 대본을 버렸다. 연출의 지시도 무시했다. 그리고 말했다.

"이건 제가 만들었어요. 당신이 매일 설거지할 때, 손이 덜 시려울 거예요."

그 한마디에 상품이 완판 된다.


회사에는 두 가지 일이 있다. 진짜 일과 가짜 일이다.

가짜 일은 회의실에서 시작해서 회의실에서 끝난다.

보고서를 쓰고, 슬라이드를 다듬고, 상사의 피드백을 반영한다.

그 과정에서 칭찬도 받고 인정도 받는다. 하지만 돈은 움직이지 않는다.

반면에 진짜 일은 여기에서 좀더 나아간다.

고객을 만나고, 견적서를 보내고, 계약서에 도장을 받고, 입금을 확인하는 일이다.

손과 발이 움직여야 하고, 때로는 체면도 내려놓아야 한다.

결국 이게 회사를 살리고, 당신을 살린다.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KPI는 전환이다.

얼마나 멋진 슬라이드를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돈이 실제로 움직였느냐가 핵심이다.

그 숫자로 광고비가 결정되고, 조직의 생존이 갈린다.

회의실에서 아무리 멋진 기획을 해내도 소용없다.

결국 중요한 건 누가 돈을 벌어오느냐인 것이다.


대기업은 기획, 운영, 그리고 영업하고 돈을 관리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그런데 정작 '수금' 이라는 본능에 충실한 사람은 드물다.

가짜 일에 익숙해지면 진짜 일을 하는 능력이 퇴화한다.

반면 중소기업은 잔인할 만큼 현실적이다.

작은 조직에서는 기획, 실행, 영업, 정산이 한 사람 몫이다.

돈을 직접 만져본 사람만이 숫자의 무게를 안다.

매출이 안 나오면 비용을 줄여서라도 이익을 남겨야 한다.

이게 현실이고, 이게 생존의 법칙이다.

중소기업의 선수들을 이쪽 면에선 대기업 보다 한 수 위다.


어느 중견기업 화장실에서 본 문구가 아직도 기억난다.

"여러분은 4·3·3을 기억하라. 10을 벌면 4는 원가, 3은 월급, 3은 회사의 이익이다."

뼈 때리는 말이었다. 복잡하고 거창한 경영학 이론이 대체 뭔가?

만약 내가 오너라면 뒤의 3과 3, 총 6이 내 몫이 된다.

숫자는 차갑지만, 세상은 이 논리로 굴러간다.

돈이 안 도는 기획은 아무리 멋져도 실패다.


나는 후배들에게 말한다. "보고서보다 중요한게 견적서다"

여러분이 쓰는 견적서에는 전략이 담겨 있어야 한다.

어떤 항목을 넣고 뺄 것인가, 단가를 어떻게 책정할 것인가,

네고 시나리오는 들어있는가, 계약 조건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지속적인 비즈니스를 유도할 수 있는가.

견적서 한 장에는 협상력과 일머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기획서를 쓰는 사람은 책임이 가볍다.

아이디어만 내면 되고, 실행은 다른 사람 몫이다.

하지만 견적서를 쓰는 사람은 다르다.

그 금액으로 일이 성사되면, 그 일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원가 계산이 틀리면 적자가 나고, 일정 관리가 안 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견적서를 쓰는 순간, 그 일은 내 일이 된다. 이게 진짜 오너십이다.


회사를 살리는 사람은 말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수금으로 답을 내는 사람이다.

보고서를 예쁘게 쓰는 능력과 실제로 돈을 걷어오는 능력은 전혀 다른 근육이다.

보고서는 내부를 설득하지만, 견적서는 외부를 설득한다.

보고서는 과정을 보여주지만, 견적서는 결과를 약속한다.


커리어도 같은 이치다. 돈을 받아올줄 아는 사람이 오래 간다.

진짜 일을 하는 사람은 가짜 일을 하는 사람보다

어쩌면 더디게 성장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회의실에서 빛나는 시간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역전된다.

돈을 만질 줄 아는 사람은 어디를 가도 필요한 사람이 되고, 결국 더 높이 올라간다.

기획은 머리로 하지만, 수금은 손발로 한다.

그게 진짜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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