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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시로 공원 벤치에 앉아 명상을

by 정효진

다시 돌아온 일본은 여전히 평화롭다. 새해의 지진은 기억에서 잊혀졌다. 겪어보지 못해서일 수도 있으리라. 어제까지만 해도 성난 파도 같았던 바람은 오늘 없다. 시련의 아픔에 잠수를 탔나 싶을 정도로 드라마틱한 변화다.


따스하다 못해 온기를 익어가는 햇살.

적당히 데워진 기온의 포근함. 숨어버린 어제의 성난 바람. 새파랗게 질린 하늘.


일본으로 돌아와 처음 참여한 걷기 모임에서 아이들 도시락이 집에 얌전히 남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속 백키로로 자전거를 달려 도시락을 학교에 무사히 배달해 주고 돌아오는 공원에서 오늘의 날씨는 나를 불러 세웠다.


어찌 이런 날씨에 집안에 기어들어간단 말인가? 공원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한다.

명상이 아니라 눈을 감고 뜨고에 불과하지만 공원의 평화로움을 받아 정신사나움을 가라앉힌다.


명상이 나를 부르는 것만 같은 요즘.

시간과 환경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해보자.

마쓰시로 공원에서의 어설픈 야외명상은 그 나름대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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