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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12시, 일본 맥도날드는

by 정효진

오늘도 맥도날드다. 메뉴만 바뀐다. 보통 아이스라떼와 아메리카노의 핑퐁속에서, 스트레스 받는날엔 아이스크림, 눈치보이는날엔 햄버거 세트다.

오늘은 아이스커피다. 날씨가 풀렸고 돈좀 아껴야겠다는 생각에 라떼에서 아메리카노로 강등시켜 70엔을 아꼈다.


사람들이 꽤 많다. 시간을 보니 12시. 일본도 점심시간에 사람이 많구나... 당연한 것에 대단한 것인양 의미를 부여한다. 일본의 맥도날드는 햄버거 세트를 시키면 번호판을 받고 직원이 직접 자리로 가져다준다. 친절한 인사와 함께. 사실 방금 내앞으로 햄버거 세트를 든 직원이 총총걸음으로 지나갔다. 일본사람 특유의 총총걸음이 참 재밌다. 또한 여기선 햄버거를 먹기전에 세면대에서 손을 씻을 수 있다. 현관문 바로 옆에 세면대가 있고 세면대 바로 앞에 화장실이 붙어있다. 즉 화장실에 들어가지 않고도 상쾌하게 손을 씻을 수 있는 것이다. 비록 난 한번도 이용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주위를 쓱 둘러보니 대부분 나홀로 햄버거족이다. 딱 두팀이 누군가와 함께이다. 한팀은 가족이 와서 음료수를 앞에두고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 아주 보기가 좋다. 나머지 팀은 자세히 관찰해보니 경찰관 두명이다. 영어로 폴리스가 박힌 점퍼를 입고 햄버거를 먹고있다. 갑자기 긴장감이 밀려온다. 죄지은건 없다. 이 두 팀을 제외하곤 모두들 나홀로앉아 열심히 핸드폰을 보며 햄버거를 먹고 있다. 오로지 나만 노트북을 열고있다. 갑자기 위너가 된 기분이다. 직원들은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햇볕이 들어올까 블라인드를 체크하고 쓰레기를 치우고 오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다. 큰소리로 상냥하게. 여기에서 상냥하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같다. 여기서 여기란 맥도날드가 아니라 일본이란 뜻이다. 가는곳마다 직원들이 어찌나 상냥한지 내가 뭐라도 된양 착각에 종종 빠지게 된다. 참 사람 혼란스럽게 한다.


호기롭게 노트북을 들고와 오늘은 뭔가 내안의 진중한 것을 써보자 했다. 내안의 진중한 것은 노트북을 들고다닌다고 써지는 것이 아닌가보다. 생각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 맥도날드의 풍경이 더 눈에 박히는 것을 보니.


모두들 각자의 삶 속에서 열심히 살다 허기를 떼우러 왔을 것이다. 나도 열심히 살자고 생뚱맞은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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