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좀비 때문이었다. 2주 전의 내가 그랬다. 눈이 멍~한 좀비. 좀처럼 게슴츠레한 눈이 펴지지 않았다. 문제는 머리도 좀비가 되어버린 것이다. 머리가 멍하고 가라앉는 기분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뛰거나 책을 읽거나 뭐라도 쓰면 쓰윽 올라오던 텐션이 점점 지하로 내려가고 있었다. 애를 쓸수록 빠져드는 늪에 빠진 것처럼 나의 감정은 지하 어딘가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해결책은 역시 책이었다. '천재의 식단'이라는 책을 읽게 됐고 나를 바꿔보고자 결단을 내렸다. 몸에 좋은 것만 집어넣기로 말이다. 그리하여 일주일 동안 내가 나의 마루타가 되어 나만의 자연식을 해보았다.
첫째, 모든 커피 금지
둘째, 모든 인스턴트 음식 금지
셋째, 생채소, 과일, 올리브오일 등을 이용한 자연식 먹기
넷째, 고기는 가공되지 않은 것을 구워서 그대로 먹기
다섯째, 중간에 실패해도 무시하고 이어가기
요정도로 대충 계획을 세워 시작해 보았다. 어느 정도 설렁설렁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는 것도 포인트다. 사람이 너무 비인간적이면 안되기에...
바로 리포트해 본다. 일주일 후기.
첫째, 커피 안 마시기는 거의 성공. 독하다 독해. 솔직히 제일 자신 없던 미션인데 금요일 아메리카노 한잔, 일요일 믹스커피 한잔만 마셨다.
나름 선방했다. 제일 고비는 첫째 날이었다. 하루종일 늙고 병든 닭이었다. 어찌나 졸리던지..
하지만 이틀을 넘기자 멍했던 뇌에서 점차 새싹이 자라나는 기분이 들었다. 동태눈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둘째, 자연식도 꽤 선방했다. 라면 한 개, 치킨 한 조각, 새우깡 반봉지(틈틈이..), 쿠키 한 개를 제외하곤 인스턴트는 사요나라컷.
셋째, 짜고 매운 음식과 탄수화물은 참는게 꽤나 힘들었다. 그래서 어떤 날은 된장국에 밥을 한 푸대 말아서 먹고, 어떤 날은 스파게티 한 푸대를 먹고, 칼칼한 김치찌개에 이성을 잃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커피와 인스턴트를 끊는 것만으로도 나의 뇌는 제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쉽게 가라앉던 우울감은 이제 쉽게 내속으로 들어오지 못했고, 예전의 도전정신이 다시 스멀스멀 살아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맑아진 정신이 참 고마웠다.
그래서 각 잡고 시작해 본다. 엔딩 없는 나의 자연식 도전기. 내 성격상 완벽한 플랜과 액션은 없다. 그저 허여멀건한 큰 그림만 있을 뿐이다.
커피는 주 3회 이하 오전에만. 식단은 최대한 자연식으로. 인스턴트는 되도록 저 멀리 던져두기.
사이드로 달리기와 명상도 끼워 넣어주기.
그리고 이 모든 플랜은 때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즉 인스턴트와 커피를 마셔야 하는 상황에선 기꺼이 맛있게 즐기기!
(중요한 안전장치다.ㅋㅋ)
일단 시작하면 당장 내일이라도 나는 건강식을 먹는 것이다. 가늘고 길게 멀리 보고 시작해 본다. 하지만 솔직히 한 달 뒤의 내 모습이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