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마 새벽 두세 시 되지 않았을까. 곤히 자고 있는데 몸이 좌우로 흔들렸다.
'잉? 애들이 날 미나? 꿈인가?'
몇 초간 몸이 흔들리더니 잠잠해졌다. 이게 뭐지 꿍시렁대다 곧장 잠에 빠졌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새벽에 지진이 났었더란다. 이런 무딘자 나란사람.
2.
또다시 새벽이었을 것이다. 곤히 자고 있는데 또 몸이 좌우로 흔들렸다.
'지진이군... 재미있네... 곧 끝나겠지..'
몇 번 몸을 좌우로 흔들더니 지진은 곧 멈췄다. 나도 잠에 빠져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역시 지진이 맞았다.
두 번 모두 나와 딸은 꿀잠을 자고, 아들과 남편은 깨서 왔다 갔다 했더란다.
(재밌던데 왜?)
3.
오늘은 맥도널드에 앉아 노트북을 열고 열심히 멍을 때리고 있었다.
사진첩도 뒤지고, 기사도 보고, 머리도 쥐어짜고 나오지 않는 글머리에 무언의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테이블과 의자가 웅~~~ 하고 울렸다. 덩달아 내 몸도 핸드폰 진동상태가 되었다.
웅~~~웅~~~웅~~~웅
마치 핸드폰 진동의 10배가량의 진동마사지를 받는 듯했다.
그리고 곧장 핸드폰에 알림이 울렸다.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일본어 알람이 뜨고 한국어가 흘러나왔다. 핸드폰 알람은 처음이었다.
순간 평소보다 10배가 커진 눈은 주변을 뻐끔거렸지만 몸은 꼼짝을 하지 못했다.
소리만 안 질렀을 뿐 순간 온몸이 공포로 패닉이 되었다.
다행히 몇 초 후 진동은 멈췄다. 하지만 그 후로도 몇 분 간 내 심장은 벌컹벌컹거렸다.
그리고 곧장 깨달았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완벽히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니 사람들은 지진이 났다고 피하거나 소리 지르거나, 심지어 하던 일을 멈추지도 않았었다.
이 정도 지진은 바람 부는 날과 동일한 수준인가 보다. 나만 혼자 헐떡이는 붕어꼴이었다.
휴~~~~ 심장의 나댐이 멈추자 생각이 돌아왔다.
"글감이다!!!"
그렇게 고마운(?) 인생 첫 지진체험으로 오늘의 브런치 글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조회수는 글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