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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진 May 08. 2024

쓴다는 것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를 해야 하는 아주 적은 이유를 끝끝내 놓지 않고 이어갔다. 달리기는 방향의 초점을 나에게 맞춰준다. 매일 달린다는 것은 핑계를 댈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매일 달리는 것은 어제의 나보다 티끌만큼 나아가게 해 준다. 나를 단련시켜 준다. 수많은 그만둘 이유를 제껴두고 아주 적은 이유를 소중하게 붙들고 달리는 그처럼 나도 오늘은 한 편의 동화를 완성했다. 


요 며칠 쓰지 않고 읽지 않을 이유는 많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머릿속을 맴도는 건 달리는 하루키였다.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고 말할 만큼 어떤 핑계도 대지 않고 달리기에 진심이었던 하루키가 나를 다그쳤다. 


쓰지는 못했지만 대신 동아줄처럼 읽기를 붙잡았고 결국 오늘 하루키의 달리기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 읽고서야 자리에 앉아 쓰기 시작했다. 

앉은자리에서 짤막한 글 한편을 완성했다.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생각의 덩어리들을 이제 하루키의 달리기처럼 멈추지 않고 쓰기를. 그 어떤 핑계 대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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