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주룩주룩 골고루도 내렸다.
'에이, 오늘은 제대로 좀 뛰어보려고 했는데 비 와서 안 되겠네...'
내리는 비를 맞으며 아쉬움을 토해낸다. 아니다. 사실은 기묘한 안도감이다. 햇살 쨍쨍한 어제도 내가 러닝을 한 기억은 없기 때문이다. 운동의 중요성이야 뭐 꺼내면 입만 아프다. 그중에서도 나는 매일 10분 러닝을 하기로 다짐했다. 문제는 다짐한지 꽤나 지난 것 같은데 달린 횟수를 꼽자면 다섯 손가락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고작 10분 달리기인데...
(무라카미 하루키 거참 독하네....)
사실 비가 와도 마음만 있다면야 우비 입고 달리면 될 것이다. (생각해 보니 운치 있고 좋았을 것 싶다.) 하지만 쌍둥이를 품은 임산부처럼 조신하게 몸을 사렸더랜다.
글 좀 써보자고 일단 엉덩이 무겁게 한건 좋았는데 이러다 미국에서만 보이던 흑인 여성들의 엉덩이가 될까 무섭다. 그래서 독하게 마음을 먹고 일어났다. 방석을 두툼히 깔고 다리를 열심히 앞뒤로 흔들었다.
1분 러닝
1분 명상
안 하는 것보다 낫다며 정신승리를 외쳤다.
내일은 뛰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다. 몸을 일으켜 정신을 일으킬 수 있음을 믿는다. 몸에 에너지가 없다면 정신력으로 버티는 것에 한계가 있음도 잘 안다.
잘 알기에 쓰는 것이다. 정신 차리라고. 삐걱거리고 기름칠이 필요한 뇌에 운동이라는 고급 휘발유를 듬뿍 발라줘야 하지 않겠는가. 40대 아줌마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