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공모전에 보낼 소설 수정 최종 마무리를 해야 했다. 백팩에 힙색까지 요상한 조합을 마치고 열심히 스타벅스로 페달을 밟았다. 집에서 10분 거리. 처음 알게 됐을 땐 신세계였는데 계속 들락거리는 지금은 익숙한 구세계가 된 지 오래다.
요즘 맛 들인 아이스마차라떼를 시키고 자리를 잡았다. 가방을 열어 노트북을 꺼내 펼치고 청량한 녹색의 말차라떼를 한 모금 쪽 빨아 마신다. 아마 여기 직원들은 내가 한국의 베테랑 작가인 줄 알 것이다. 올 때마다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으니. 아닌가? 타지서 우울증 걸린 불쌍한 한국아줌마로 생각하려나... 이래나 저래나 친절하게 대해주니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그나저나 원고수정을 해야 하는데 오늘따라 대장님께서 자꾸 존재감을 과시하신다. 처음이야 당당히 화장실을 갔지만 두 번째부터는 한번 쓱 주위를 훑어본다. 다행히 사람들이 많아 직원들이 바쁘다. 재빨리 들어가 초능력을 발휘해 후다닥 해결한다. 나올 때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아~~ 좀 집중하고 싶은데 장님께서 자꾸 안 도와준다. 아마 빵빵하게 틀어준 에어컨과 벤티사이즈로 들이부은 우유의 콜라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남의 나라 와서 한국인 망신시키지 싶은데... 참고 참고 참았지만... 결국 애국심도 자연현상을 이길순 없었다. 결국 나는 세 번째 화장실 후 야반도주하듯 모자를 푹 눌러쓰고 카페를 빠져나왔다.
아.. 이대로 이곳은 사요나라인가...
(권남희 작가님의 '스타벅스 일기' 를 정말 재미있게 읽고있어요. 그래서 저도 써봤어요. 짝퉁 스타벅스 일기 ㅋㅋ 가볍고 재밌는 에세이 좋아하신다면, 스타벅스 좋아하신다면 권남희 작가님 책 강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