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살이중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맞아 고전 중이다. 나와 같은 소시민이라면 아마 대부분 공감하지 않을까.(부자라면 안읽으셔도 됩니다.) 한국에서는 초등학생시절 풀밭을 뛰어다닌 것을 제외하고는 주구장창 아파트에서 살았다. 일본을 건너오기 전까지도 나의 아지트는 당연히 아파트였다. 그리고 일본에서도 우리는 아파트(여기서는 빌라쯤 되겠다.)에 살고 있다. 우리가 구한 집은 운 좋게도 구조나 크기가 한국과 많이 다르지 않아 꽤 만족하며 살고 있다. 한 가지를 빼고는 말이다....
그 한 가지는 밤에 차소리로 매우 시끄럽다는 것. 자려고 누우면 도대체 내가 도로옆 길바닥에 누워있는 건지 차들이 우리집으로 돌진해오는건지 헷갈릴 정도이다. 새벽에도 아침에도 밤에도 자동차들이 쌩쌩 지나가는 소리가 귀속에 그대로 전달된다. 집이 도로가 바로 옆도 아닌데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베란다 샷시가 없다! 창문도 일중창이다! 아니 이러니 어찌 자동차소리가 안 들리수 있겠는가?
일본의 모든 빌라와 아파트들은 베란다 샷시가 없다. 돈이 없어 그랬나? 난 그렇거나 관심이 없어서인 줄 알았다.(무식하면 용감하다.) 이유는 샷시가 지진과 화재를 대비해 법적으로 금해져있다고 한다. 창문도 최근의 집들을 제외하고는 지진발생 시 빠른 도피를 위해 일중창으로 지어졌다고. 그래서 옆집 베란다와는 중요부위만 가린듯한 느낌의 어설픈 칸막이 하나로 나뉘어있다. 베란다에서 마주치면 얼굴을 쑥 내밀어 인사도 가능하다.(해본 적은 없다.) 아무튼 일본만의 집 특성으로 인해 나는 차소리와 함께 잠들고 차소리와 함께 아침을 맞고 있다.(가끔은 까마귀가 그역할을 대신한다.) 한동안은 한참을 투덜거렸다. 일본집의 형편없음을 남편 면전에 침을 튀겨가면서 말이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 보니 한국에 살 때는 집문제가 없었을까? 다행히 밤에는 잘 잤다. 하지만 눈이 떠있을 땐 층간소음으로 고통을 받았더란다. 여기서는? 아마 아이들이 있으니 우리가 층간소음의 가해자가 아닐까 싶다. 다행히 착한 이웃분들을 만나 아직 조용히 잘 지내고 있다. 일본인들은 정말 조용하기에 우리는 여기서 나름의 민폐가족이 된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드니 불평이 쑥 들어가 버렸다. 어딜 가나 사는데 불편함이 없는 곳은 없다. 아마 미국이나 유럽, 뉴질랜드를 가도 마찬가지아닐까. 층간소음 하나 없는 이곳에서 편히 사는 것도 복중의 하나인데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다고 차소리로 너무 유난을 떨었다 싶다. 이럴 때일수록 현재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해야는데 말이다. 생각의 생각의 꼬리를 물고 나니 결론은 결국 나는 차소리에 잘 적응하게 될 것이고 층간소음이 없음에 감사하며 살자는 것.
그래도 최근에 지어진 집들은 이중창이라는데 한번 살아보고 싶기는 하다.(월세가 거의 두배 차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