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와서 조그마한 한인교회를 다니고 있다. 남편이 먼저 일본에 와서 1년 넘게 꾸준히 다녔던 교회이기에 자연스레 나와 아이들도 매주 다니고 있다. 사실 남편은 날라리 기독교인, 나는 날라리 천주교인이라 우리에게 교회의 목적은 한국인과의 친목이 더 맞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예배를 볼 때 영혼 없는 우리의 초점을 침묵으로 이해해 주시는 목사님과 교인분들의 너그러움에 감사할 뿐이다.
아무튼 지난주에는 청명한 가을을 맞아 캠핑장에서 야외예배를 드리며 바비큐파티를 하기로 했었더란다. 나를 제외하고 아이들과 남편은 무척 기대를 했던 주일이었다. (아직은 주말에 쉬는 게 더 좋다.) 그런데 하필 그 전날 무엇을 먹고 체했는지 저녁부터 깨질듯한 두통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다행히 새벽녘 두세 번의 구토로 속은 편해지고 두통도 한결 괜찮아졌다. 하지만 몸이 지친 나는 오매불망 캠핑을 기다리던 남편과 아들만 보내고 딸아이와 집에 머물기로 했다. 그리고 교회 사모님께는 두통과 구토로 가지 못하게 됐다고 간단히 연락을 드렸다. 남편과 아들을 보내고나서부턴 다행히 컨디션도 완전히 회복되어 딸아이와 가볍게 산책도 했다. 아마 무언가를 잘못 먹어서 사달이 났던 것 같다.
그렇게 몇 시간 후 즐겁게 캠핑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의 손에는 바비큐 후 남은 고기가 들려있었다. 누가 챙겨주셨구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의 캠핑은 일단락되었구나 싶을 즈음, 갑자기 교회사모님이 오셔서 조용히 고기와 김치를 문 앞에 두고 가셨다. 나중에 알게 되어 부랴부랴 감사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두 시간쯤 후 다른 분들의 걱정스러운 전화와 카톡을 받았다. 모두들 한결같이 병원을 같이 가주겠으니 언제든 연락하라고 신신당부조로 말씀하셨다. 나는 왜인지 그때부터 마음이 뜨끔뜨끔하며 몰래 떡을 훔쳐먹은 죄인처럼 감사의 말씀을 전하기 바빴다. 이쯤 되니 웬만하면 갈걸 그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도대체 남편은 나를 죽일 병 걸린 사람으로 만들어 논건가 순간 화가 나기도 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오늘에도(5일이 지나간다) 이제는 괜찮인진건지 안부를 묻는 분들의 카톡과 전화를 받았다. 그저 한 사람의 안위를 걱정하는 카톡에 미소가, 전화 한 통에는 고마움이 절로 솟아 나왔다.
누가 그랬던가 사람은 사람으로, 그리고 사랑과 관심으로 치유된다고.
그리고 나도 모르게 이런 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내가 뭐라고....
타지에 와서 아플때의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아마도 내가 더 걱정이 되셨을 마음들일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한국에서도 못 받아본 관심과 사랑덕에 나는 쑥과 마늘이 없어도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그냥 사람 말고 나눔과 베품을 알아가는 진정한 사람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