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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진 Nov 22. 2023

일본에 살며 두 번째로 좋은 것

하늘이 시리도록 파랗고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날이면, 거기에 새하얀 구름이 버티고 있다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키를 넣고 시동을 걸어 출발해야 한다. 목적지는 일단 아무 곳이나 정해둔다. 중요한 건 목적지가 아니라 페달을 밟고 신나게 달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팔자에 없는 일본에 와서 두 번째로 좋은 것은 바로 신나게 자전거를 타는 기쁨이다. 


마치 스피드레이서가 된 양 있는 힘껏 페달을 밟으며 스피드를 즐긴다. 바람이 불어오고 옆의 풍경이 빛의 속도록 지나간다. 속도감을 느끼며 달리다 문득 위를 쳐다보면 새파란 하늘과 새하얀 구름이 언제나 그렇듯 그곳에 있다.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순간의 평안함을 느낀다. 때로는 새소리가 지저귀는 공원사이를, 때로는 방귀소리도 들릴 듯 조용한 주택가 사이를, 때로는 자동차와 경주할 듯이 대로변옆 길을, 그리고 센터중앙의 건물들 사이도 마구 달린다. 어디를 달려도 어색함이 없고 주저함이 없다. 자전거레이서가 될 때 나를 방해하는 건 잠깐의 빨간 신호등뿐이다. 


일본은, 특히 내가 살고 있는 쓰쿠바시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이 하나의 문화처럼 자연스럽다.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엄마가 자전거 앞뒤로 어린이체어를 달아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는 것도 매우 흔하다. 아이 있는 집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런 방식으로 아이들을 태우고 다닌다. 그러니 차를 사고 나서 내가 남편의 자전거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게다가 아름다운 자연에 홀딱 반한 곳이라 더더욱 자전거를 탈 수밖에 없다. 밖에 나가서 그 자연을 만끽해야 하기에. 이곳의 대중교통이 한국만큼 많이 발달하지 않은 점도 물론 한몫했다.(그래도 자전거를 타고 다녔을 것 같긴 하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며칠 만에 다시금 본연의 새파란 하늘이 나를 유혹한다. 아니 새파란 것이 자꾸 나를 유혹하니 늙은 나는 유혹당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제 두 번째 타령은 그만 멈추고 유혹을 당하러 나가야겠다. 일본 와서 두 번째로 좋은 것을 첫 번째와 같이 하다니. 나는 럭키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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