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일주일을 기관지염으로 시달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언제 걸렸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아주 호되게 당하는 중이다.
좋은 일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니고, 나쁜 일도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렇게 입을 내밀고 투덜거렸던 의사가 처방해 준 강력한 항생제덕에 그나마 연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기침의 차도는 보이지 않지만, 아마 항생제라도 먹지 않았으면 열이 끓고 입원이라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며칠을 끙끙 앓다 주말이 되자 근처 호수라도 드라이브하고 싶어졌다. 눈만 빼꼼히 내놓고 최고로 두꺼운 패딩을 입고, 어울리지 않는 스카프를 매고 온가족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쓰쿠바시 옆동네 쓰치우라시에 있는 가스미가우라 호수. 면적이 220km로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라고. 그래서 얼마나 크다는 거야? 감이 안 잡혀 우리나라 충주호를 찾아보니 면적이 대략 70km이다. 흠.... 크긴 크겠군.
호수자체가 워낙 넓어 둘러싸고 있는 공원도 하나둘이 아니었다. 우리는 쓰쿠바시에서 가장 근접한 가스미가우라 복합공원으로 갔다.
니스칠을 하지 않은 나무데크길을 따라 걸으면 양옆의 갈대들이 열심히 인사를 해댄다.
초입의 풍경부터 심상치 않다.
저 멀리 보이는 물레방아에서 사진 찍는 사람도 많았다.
사진을 찍으며, 잠시 내가 고흐가 된 것인지, 고갱이 된 것인지, 밀레가 된 것인지 혼동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