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큰 길가를 달린다. 한쪽으로는 단층 건물들이 디딤돌을 놓듯 띄엄띄엄 나타난다.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면 생전 보지 못한 아프리카 평야 같은 휑한 평지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 끝엔 또다시 띄엄띄엄 단층 건물들이 나타난다. 건물들은 깨끗하지만 오래된 느낌까지는 감출 수 없다. 어딘지 촌스런 페인트칠과 외벽의 차디찬 색깔에서 어쩔 수 없이 세월의 오래됨이 드러남이다. 멍하니 바라보는 나의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휑한 바람이 불고 있다. 큰길을 돌아 골목길로 들어가면 달도 없는데 밤인 듯 적막하다. 분명히 새들이 지저귀는 것 같은데 고요한 적막을 덮을 순 없다. 조용하고 평화로운가? 나에게는 이유를 알길 없는 답답함과 숨 막힘이 더 압도적이다. 길옆으로 삐죽삐죽 튀어나온 잡초들과 울퉁불퉁하고 오래되어 아파 보이는 인도길도 휑한 마음에 불을 지핀다. 전쟁 발발 전 마을을 떠난 후의 상태와는 비할바가 아니지만 문득문득 떠오르는 이미지는 나조차 어쩔 수 없다.
대부분의 것들이 최신식인 한국에서 살다왔으니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음 인정.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덮어버리기엔 고개가 세차게 흔들린다. 나조차 나의 감정을 정확하게 설명할 순 없다. 하지만 오래되고 소박하다고 표현되는 것 이면의 다른 성질 또한 느껴버린 나의 본능적인 거부감이었을까? 고구마를 먹다 컥컥거리듯 답답함이 느껴지는 것은 나의 성질과 반대되는 일본특유의 특성을 느껴버렸기 때문이라고 해둘까.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주관적인 일본의 한 면은 솔직히 이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