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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진 Nov 27. 2023

일본에서 두번째로 넓은, 가스미가우라호수

근 일주일을 기관지염으로 시달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언제 걸렸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아주 호되게 당하는 중이다.


좋은 일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니고, 나쁜 일도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렇게 입을 내밀고 투덜거렸던 의사가 처방해 준 강력한 항생제덕에 그나마 연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기침의 차도는 보이지 않지만, 아마 항생제라도 먹지 않았으면 열이 끓고 입원이라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며칠을 끙끙 앓다 주말이 되자 근처 호수라도 드라이브하고 싶어졌다. 눈만 빼꼼히 내놓고 최고로 두꺼운 패딩을 입고, 어울리지 않는 스카프를 매고 온가족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쓰쿠바시 옆동네 쓰치우라시에 있는 가스미가우라 호수. 면적이 220km로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라고. 그래서 얼마나 크다는 거야? 감이 안 잡혀 우리나라 충주호를 찾아보니 면적이 대략 70km이다. 흠.... 크긴 크겠군.



호수자체가 워낙 넓어 둘러싸고 있는 공원도 하나둘이 아니었다. 우리는 쓰쿠바시에서 가장 근접한 가스미가우라 복합공원으로 갔다.

니스칠을 하지 않은 나무데크길을 따라 걸으면 양옆의 갈대들이 열심히 인사를 해댄다.

초입의 풍경부터 심상치 않다.

저 멀리 보이는 물레방아에서 사진 찍는 사람도 많았다.



사진을 찍으며, 잠시 내가 고흐가 된 것인지, 고갱이 된 것인지, 밀레가 된 것인지 혼동이 왔다.



아니다. 유명한 사진작가가 누가 있더라?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 이런 무식...)



갈대들과 바람의 춤사위는 직접 느껴야 제맛인데 사진으로는 영...

윙윙~~ 거리는 바람소리에 맞혀 사각사각거리는 갈대소리의 부조합이 묘하게 어울리며 귓속을 간지럽혔다.



돌아가지 않는 풍차지만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의 사진첩 속에, 혹은 마음속에 저장되는 부러운 녀석.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사진 속에서 개구리와 한 세트로만 보았던 이름 모를 동그란 풀들도 한 컷.



앙증맞고 귀여운 커피차.

일본에서는 모든것들이 웬만하면 귀엽고 아기자기하다.

커피차도 그러하다.



아니 그런데 가만히 보니 호수를 놀러 가서 호수는 질리도록 봤는데 호수 사진은 안 보인다??? 아무리 뒤져봐도 호수사진은 찾을 수가 없다. 바다같이 드넓은 호수였는데....

호수에 가서 하늘 사진만 열심히 찍고 오다니....


호수 없는 호수소개지만 호수 없이도 호수의 아름다움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을까...?(아닌가...)

왜냐하면 하늘과 풍차의 조화로움에 빠져 호수사진조차 찍을 생각을 못했으니 말이다.

(감기 낫고 제정신이 들면 다시 호수사진 찍으러 가야겠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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