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이 뭘까요?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발전하는 겁니다.
어제는 욕을 했어요. 오늘은 책을 읽고 욕을 참았어요. 성장했습니다.
어제는 하루종일 티브이와 한 몸이 되어 방콕 했어요. 오늘은 양심상 30분 산책을 했어요. 성장했어요.
어제는 한 시간 책을 읽었는데 오늘은 5줄짜리 독후감도 써봤어요. 성장했어요.
어제는 아이들에게 화를 참지 못하고 짜증을 냈는데 오늘은 한번 참아봤어요. 성장했어요.
나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확신했었는데 오늘은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칭찬했어요. 성장했어요.
저는 성장을 정말 좋아해요.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나은 내가 되었다면 보람찬 느낌이 차올라요. 이렇게 매일매일 성장하려고 노력하면 일 년 뒤의 내가 너무 기대되고 설레잖아요.
문제는 장애물이 너무 많다는 거지요. 가족과의 관계, 예상치 못한 사건들로 인해 감정이 수시로 오락가락해요. 그래서 하루 성장하고 이틀 퇴보하는 날들도 많아요.
어제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고 오늘은 참았는데 내일은 짜증을 넘어 화를 내고 남편에게까지 불똥이 튈 수도 있어요. 어제는 책 읽고 독후감까지 썼는데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있어요. 하루 종일 유튜브보고 과자나 사 먹는 날들도 있어요. 네 자주 그랬어요.
그래도 멈출 순 없어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망한 날도 인정합니다. 그냥 다시 하면 되는 거지요.
오늘 남편과 싸워서 기분이 몹시 안 좋았어요. 정말 우주최강바보멍청이찐따라고 확신했습니다. 사실 그건 진리인 것 같아요. 세상 대부분의 남편들은 바보멍청이찐따 아닌가요?(동의해주셔야 합니다!!)
하지만 전 성장에 집착하는 여자입니다. 성장해야 하는 여자가 퇴보를 밥먹듯이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성장을 위해 생전 하지 않는 짓을 했습니다. 회심의 카톡을 날렸더랬죠.
"사람들 눈치 보느라 마음이 안 좋았겠다. 그래도 웃는 얼굴로 있어봐. 그게 더 보기 좋을 거야. 따뜻한 물 자주 마시면 속도 좀 좋아질 거야. 그러면서 힘내고 일하길 바라."
세상에 이종격투기 세계챔피언 할 듯이 싸우고 나서 제가 이런 카톡을 보내다니요? 대단히 제정신이 아닙니다. 하지만 성장을 위해 저는 생전 하지 않은 카톡을 보내버렸습니다.
(제가 보낸 게 맞는지 몇 번을 확인할 남편을 상상하니, 생각지 못한 어퍼컷에 어떤 리액션을 취해야 할지 당황한 남편을 생각하니 더 고소합니다. ㅎㅎㅎ)
한 번도 갖지 못한 걸 가지려면 한 번도 하지 못한 행동을 해야 한다. -하와이 대저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