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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망고 Jul 31. 2022

갈 때마다 길을 잃어버리는 차이나타운

싱가포르 이야기 - 각기 각색의 주요 타운 1


싱가포르에 머무는 동안 자주 갔던 차이나타운 거리. 

중국어를 배우고 있어서 혹은 중국 친구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중국문화에 조금은 익숙해졌다. 그간 생각했던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달라지고 있는 요즘이다.    


다양한 민족이 어우러져 사는 싱가포르 안에는 다양한 종교의 사원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차이나타운에도 여러 곳이 있는데 그중 티안 혹켕 템플(Thian Hock Keng Temple)은 도교 사원으로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을 중심으로 화려하고 섬세하게 지어졌다.          

<티안 혹켕 사원>

1842년 중국 이민자들에 의해 세워진 이곳은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 사원으로 인스타그램 명소로도 유명하여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단 하나의 못도 사용하지 않는 중국 남부 전통 건축 양식을 그대로 따라 지어졌으며, 용과 불사조, 불상, 공자상, 관우상까지 함께 모셔진 것이 특이하고 흥미로웠다.      




차이나타운 內 또 다른 인스타그램 명소를 알기 위해 싱가포르의 주거 형태를 이해해야 하는데, 크게 단독주택콘도(수영장, 테니스장 등이 있는 민간 아파트), HDB(공공 아파트)로 나뉜다. 그중 HDB는 정부에서 짓고 관리하며, 저렴하여 대부분의 시티즌이 살고 있다.      


HDB 중 가장 비싸다고 소문난 피나클 덕스턴(Pinnacle@Duxton)에는 전망대가 있다. 1층 경비 동에서 6달러를 지불하고 26층 꼭대기에 올라가면 아파트 네 개 동을 다리로 오가며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하늘정원에서 사진도 찍고 6달러 이상의 행복을 꼭 누려보길 바란다.  

<피타클 덕스턴 전경>


차이나타운엔 다양한 먹거리가 많다. 

싱가포르에서는 치킨라이스를 많이 먹는데 호커 찬(Hawker chan)은 오래전 작은 점포에서 시작했지만 많은 사람의 입소문을 타고 현재는 여러 개의 지점이 있다.     


주메뉴는 치킨을 이용한 요리로, 치킨라이스 부분에서는 잔뼈가 굵으며, 미슐랭 별 하나를 받을 정도로 맛이 있다. 값비싼 싱가포르의 물가에서 5~6 싱가포르 달러의 가격으로(한화 약 5천 원) 미슐랭의 맛을 볼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음식이다. 간장 베이스의 짭조름한 양념에 숙성된 치킨과 곁들여 나온 삶은 달걀과 콩까지 조화로우며, 공심채 볶음(일명 모닝글로리라 불리는 초록색 야채 볶음)까지 맛있으니 싱가포르 여행 시 한번 도전해 보길 바란다.     

<호커 찬 치킨라이스>


<공심채와 차슈 라이스 & 치킨라이스>


메인 정식을 맛보았으니, 이제 후식을 먹을 차례이다. 차이나타운에 있는 맥스웰 푸드센터에 가면 아보카도 주스를 추천한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료인 아보카도 주스는 특히 이곳 마이슐웨이(Mai shi wei, 麥士威)를 추천한다. 달콤, 담백, 눈이 번쩍 뜨이는 시원함을 목 넘김 하는 순간 싱가포르 무더위의 갈증이 바로 해소될 것이다.     

<마이슐웨이>

    



가끔 싱가포르에서 혼자 여행을 즐겼다. 

친구 혹은 가족과 함께 다니면 이야기도 하고 

같이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어 좋긴 한데,

여행자의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혹은 낯섦의 공간을 

오롯이 느껴 보기 위해 하는 혼자 여행에선 

내 발 보폭에 맞추어 천천히 걸어볼 수도 있고 

낯선 사람들을 쳐다볼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차이나타운 거리 어딘가>


싱가포르에 살면서 차이나타운을 열 번 이상 가보았지만, 혼자 여행할 때면 종종 길을 잃어버리곤 했다. 워낙 길치이기도 하고, 그만큼 차이나타운이 넓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의 인생처럼 가끔 길을 잃고 헤매어 보면, 뜻하지 않은 거리와 의도하지 않은 풍경을 발견하며 시각을 넓힐 수도 있으니 이 또한 혼자 하는 여행의 즐거움이었다.     


살다 보니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에 집착하고 성취하려 경쟁하고, 아등바등 발버둥 쳤던 순간들이 꽤 있었다. 긴 인생 내 속도, 내 발 보폭에 맞춰 조금 천천히 가도 되는데, 조금 손해 보고 살아도 되는데.      


지금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내 안에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렇게 열심히 했으니 합당한 보상을 내려주길 바랐고, 뜻대로 되지 않아 더 크게 좌절했다.      


하지만 이런 좌절과 삶에 있어 길을 잃어버리는 경험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이고 빠른 성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배울 수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좋은 인연도 만들었기에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작고하신 이어령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에서 ‘마음을 비워야 영혼이 들어갈 수 있다’고 말씀하신 구절이 있다. 이 부분을 곱씹어보며 욕구만 채우는 것이 아닌 마음을 비우고 영혼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고자 노력 중이다. 


싱가포르 여행은 그런 의미에서 깨달음을 얻은 내 인생에 빛이 되어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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