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이야기 - 산책이 좋아 주요 공원 1
싱가포르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보타닉가든은 숨만 쉬어도 힐링이 되는 걷고, 생각하고, 배우는 산책의 공간이다. 어떤 날은 가족, 친구와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때론 혼자 걸으며 이런저런 일상에서 벗어나 고요히 나를 만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장소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보타닉가든은 여러 차례 각기 다른 시간대에 가보는 것이 좋다. 화창한 날, 비 오는 날, 아침 시간대, 밤 시간대 등 각기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하는 자연을 만끽할 수 있을 테니.
이곳을 올 때면 보통 지하철 보타닉가든 역에서 내려 걸어가곤 했는데, 한 번은 반대쪽 입구인 탕린 게이트에서 시작해 걸어간 적이 있다. 호수가 바로 보이는 보타닉가든 역 출입문으로 입장할 때와는 달리, 탕린 게이트로 입장하면 보타니 센터(특별 전시관)와 헤리티지 뮤지엄(상설 전시관)이 가까이 있어 싱가포르의 풍부한 자연 문화유산을 탐구하기에 좋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어느 날, 영국문화원 카페에서 산 샌드위치와 따뜻한 커피를 손에 들고 전시관들을 둘러보며 감상하였는데,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산책하며 보타닉가든의 풍부한 유산을 마음껏 살펴볼 수 있었다.
보타닉가든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오치드 가든이다. 정식 명칭은 국립 난초 정원(National Orchid Garden)으로 약 3,000종류의 난을 감상할 수 있다.
무료인 보타닉가든과는 달리 오치드 가든에서는 입장료를 내야 하지만(성인 관광객 15 싱가포르달러, 약 13,000원) 사계절의 영감을 받아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각기 다른 구역에서 60,000개 이상의 난을 발견할 수 있으니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한 값어치가 된다.
어느 날 둘째는 생일잔치에 초대받아 놀러 가고, 싱가포르에 와서 처음으로 남편, 첫째와 셋이 외식을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하며 오붓하게 식사 후, 지하철을 타고 그냥 집에 오는 게 아쉬워 무작정 보타닉가든 內 어린이 가든에 가보았다.
최근 감성이 풍부해진 엄마와 이제 막 10대에 접어든 딸의 대화
“엄마, 집에 와서 시원하게 에어컨이나 틀어놓고 있지 더운데 여긴 또 왜 온 거야?”
“넌 미술을 할 아이니깐, 이런 자연환경을 보며 색감을 익혀야 해.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얘기했어. 자신의 예술적 영감은 어렸을 때 엄마와 돌아다니며 보고, 듣고, 경험한 모든 것에서 나온다고.”
“엄마 도대체 그 얘기를 몇 번이나 하는 거야?”
“네가 못 알아들으니깐 알아들을 때까지 계속 얘기하는 거지”
우리 앞으로 잘 대화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아이들에게는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 맘껏 하고 살아'라고 얘기하곤 하지만, 가끔 내 생각을 강요하며 울타리에 가두어 놓고 그 틀에서만 자라게 싶어 하곤 한다. 내 좁은 울타리가 아닌 이 넓은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놓아줘야 하는데.
이제 사춘기에 접어드는 딸과도 적당한 거리두기를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머릿속으론 아이에게 더 이상 간섭은 그만두고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지켜보고 응원해줘야 함을 알지만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나 보다.
엄마가 괴롭히지만 않으면 아이들 사춘기는 없는 듯 지나간다고 한다.
알에서 깨어나는 아이들이 더 이상 내 품에서만 자랄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고 마음을 비워야겠다.
“OO야, 엄마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엄마가 부족하지만 노력할게. 응원한다. 내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