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만드는게 어려운 이유

첫번째 게임 : 최사원 회계팀 에이스 만들기

by 김대엽

게임을 만들다가 너무 막히는 기분에 생각을 정리하려고 글을 쓴다. 우선 지금 만들고 있는 게임을 정리해보자. 최사원이 등장한다. 최사원은 애잔하다. 취업에도 실패하고 사회 진출에 난항을 겪는 나와 같은 이시대의 청년을 대변한다. 그러나 최사원은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원하는 목표를 이룬다. 나는 이 캐릭터를 플레이어들이 미생의 장그래를 보듯이 봤으면 좋겠다.


게임은 story-driven game으로 사용자가 대화를 선택하면서 게임을 이어간다. 근데 그냥 스토리만 이어가는 게임이 아니다. 플레이어가 좀 더 능동적으로 게임에 참여하도록 스토리에는 반드시 재무제표 퍼즐이 들어간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최사원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재무제표를 불고 점수를 획득해서 최사원이 좋은 선택을 하도록 돕는다. 목표는 회걔팀 에이스가 되거나 원하는 회사에 취직을 하는 것. 여기까지는 좋다. 근데 문제가 있다.


첫번째 재무제표 퍼즐이 캐주얼하지 않다. 나는 플레이어들이 하이퍼 캐주얼 게임을 플레이하는 듯한 경험을 느꼈으면 했다. 말하자면 Block blast! (테트리스 + 빙고 형태의 게임) 또는 water sort puzzle (같은 색상의 물을 분류하는 게임) 같은 게임을 할때의 경험. 단순하지만 몰입해서 퍼즐을 풀고 빠르게 피드백을 받는 경험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잘되도록 하는 경험.


그래서 UIUX (게임에서도 UIUX 라는 단어를 쓰는지 모르겠다) 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몇번의 터치로 퍼즐이 완성되어야 하는가. 미스터치로 인한 처벌을 감수할 것인가 focus touch를 하나 더 넣어서 플에이어를 귀찮게 굴 것인가, 친절하지말 시끄러울 것인가 불친절하지만 고요할 것인가. 많은 고민으로 좋은 플로우를 만들고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가 있었다. 바로 이 퍼즐은 재무제표를 완성하는 퍼즐이라는 것. 그러니까 플레이어는 글을 읽고 (고통) -> 이해하고 (더 큰 고통) -> 퍼즐을 맞추고 -> 피드백을 받는다. 퍼즐의 해답을 찾는 과정이 Block blast 같이 직관적이지가 않다는 것이다.


직관적인 하이퍼 캐주얼 게임을 보면 설명이 필요없다. 사용자는 "이게 이건가?" , "이렇게 하라는 건가?" 하는 과정 2~3 번이면 게임 학습이 완료된다. 게임의 룰은 이미 학습된 상태에서 사용자는 그들이 생각하는 전략을 마음껏 실행한다. 블록을 한곳에 모아 쌓은 다음 한번에 몇줄을 터뜨릴지, 한줄 한줄 빠르게 제거해서 오래 생존할지 사용자는 직관적으로 전략을 세우고 실행을 하고 피드백을 받는다. 이 과정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지하철에서 이런 게임을 할 수 가 있다. 고민이 없지 않은가.


근데 이건 본질적으로 재무제표 퍼즐이다. 맞춰야 하는 퍼즐이 자산인지 자본인지 부채인지 비용인지 이익인지. 자산만 변동되는 건지 아니면 이익과 자산이 같이 변동되는건지를 알아야 퍼즐을 풀 수 있다. 문제는 매 퍼즐마다 새로운 개념을 하나씩 배워야 한다는 점이다. 아 너무 어렵지 않나? 나라면 이 게임 안할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욕심이 너무 많았나? 그러니까 나는 사용자들이 1. 게임을 즐겼으면 하면서 2. 재무제표를 학습하기도 하고 3. 캐릭터를 사랑하기도 하는 너무 바라는게 많은 사장님과 같은 스탠스가 아닌가. 우선 이 게임을 누가 했으면 하나? 나는 나와 같은, 그러니까 재무제표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이 게임을 만들고 있다. 이 게임을 한번 다 하고나면 그래도 재무제표에 대해 알 수 있었고 그 과정이 어렵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면 심플하다. 사실 게임을 가장한 학습앱이된다. 슬프지만 이건 게임이 아니다! 기껏 만들고 있던게 게임이 아니라니. 뭐 그래도 상관없다. 재밌으면 되지. 근데 재미가 없다.


자 그러면 재미는 왜 필요한가? 언젠가 TED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 만약 사용자에게 3초마다 한번씩 UP 버튼을 누르라고 하면 얼마나 많은 사용자가 UP 버튼을 클릭하겠는가, 반면에 사용자에게 슈퍼마리오 게임을 하게 한다면 훨신 더 수월하게 UP 버튼을 누르지 않겠는가 하는 이야기였다. 참 맞는 말이다. 언젠가 PC방에서 메이플스토리를 하는 친구를 옆에서 관찰한 적이 있는데 친구는 아주 놀랍게도 1시간동안 같은 버튼을 지루해하지도 않고 누르고 있었다. PC 방의 불투명 파티션으로 그 친구가 보는 화면은 나에게 보이지 않았으므로 나에게 그 행동은 상당히 기이했다. 게다가 친구는 화를 내다가, 웃다가를 반복했다. 화를 냈건 웃건 간에 모든 동작은 다 같은 버튼을 클릭하는 행위로 이어졌다. 물론 우리는 안다. 그 친구의 머릿속에는 전략과 상상, 점프로 맵을 이동하고, 레벨업과 게임머니 획득, 포션 사용과 사냥터 경쟁 등등 온갖 행위를 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것이 이 친구를 1시간동안 같은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다시. 재미는 무엇인가? 맥락과 수행이다. 내가 레벨업을 해야하는 맥락, 포션을 먹고 죽으면 안되는 맥락, 내가 이 친구를 도와야 하는 맥락, 사냥터를 지켜야 하는 맥락이 주어지고 그 맥락 안에서 내가 행할수 있는 최대 수행을 할 수 있다면 그때 재미가 발생한다. 재미는 결국 이해되는 맥락 속에내 내가 행할 수 있는 수행을 반복하면서 빠르게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자 그러면 재미를 방해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빠르게 이해되지 않는 맥락, 주기가 긴 수행과 피드백 등이 아닐까. 그러면 재무제표 퍼즐은 어떤 역할인가? 결국 이 퍼즐을 잘 풀어야하는 맥락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하이퍼 캐주얼 게임과는 다를 수 있다. 하이퍼 캐주얼 게임은 즉시 이루어지는 행동의 결과 (ex 3줄 연속 터짐)를 직관적으로 바라는 게임이라고 한다면 story-driven game은 당연히 나의 수행이 어떤 다른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될때 사용자는 어려운 퍼즐일지라도 내가 이 퍼즐을 풀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다. 왜 재미가 없는가. 하이퍼 캐주얼의 재미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story-driven 게임은 story로 맥락과 호기심을 주어야 한다. 중간의 핵심 퍼즐이 아무리 재미있더라도 하이퍼 캐주얼 만큼 직관적이진 못한다. 그러나 그래도 괜찮다. 최사원이 다음에 어떻게 될까? 퍼즐을 잘풀어서 좋은 점수를 획득하면 최사원은 좋은 회사에 갈 수 있을까? 최사원이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는 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게 플레이어의 머릿속에 있어야 한다.


이래서 게임을 만드는게 어렵다. 정말로 고민할게 너무 많다. 개발을 하고 디자인을 하는건 둘째 문제다. 게임의 방향성, 재미, 행동들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 그리고 고민한다고 재밌는 게임이 나올지도 사실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고민 없이 좋은 게임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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