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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엘리 Sep 25. 2024

꿀 빠는 일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다

초록의 잎사귀들이 햇빛을 막아주니 산책하긴 더없이 좋은 날이다. 한가로이 걷던 중 노란 꽃이 길가에 피어있는 걸 보고 ' 아, 예쁘다' 하며 다가갔다가 화들짝 놀라 급히 옆으로 비껴갔다. 꽃에 꿀벌이 있었기 때문이다. 곤충이건 동물이건 멀리서 보는 건 괜찮지만 가까이 오면 무섭다. 물어버리거나 침을 쏠 것 같아서 조금은 요란스레 피하는 편이다.

"벌들은 좋겠다. 꽃이 있으면 그냥 가서 꿀을 따면 되잖아. 그것도 공짜로! 돈도 안내도 되고 여기저기 꽃은 널려있고"


 '꿀 빤다'는 말이 있다. 편하게 쉬운 일을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들, 100일 도전에 성공한 사람들, 남들 눈엔 쉽게 이룬 거 같아도 성공하기까지 얼마큼의 노력과 무수한 실패가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보이는 성공에만 주목한다. 하루아침에 한 편의 드라마로 스타가 된 사람. 하지만 알고 보니 하루아침이 아니었다. 그간 출연작들은 10년이 넘도록 작은 단역부터 주인공친구며, 로맨스의 훼방꾼이며, x 같은 전 남친역까지 엄청 많았다. 어쩌다 운이 좋아서 잘된 게 아니구나. 좋은 작품에 좋은 역할을 만났다는 운은 있었지만 그 운을 성공으로 이끈 건 그동안 노력하며 버틴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카톡! 어느 날 단톡방에 모닝홈트 20분 영상이 공유되었다. 몸이 무겁고 찌뿌둥했기에 한번 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요가 매트를 깔고 홈트 영상을 따라 했다. 보기엔 쉬워 보이는 동작들. 운동이 될까? 하는 생각도 잠시 막상 따라 해보니 어라? 쉬운 게 아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따라 하고 버티다 보니 어느새 땀이 줄줄 났다. 홈트 괜찮네 하는 생각으로 이리저리 살펴보다

< 100일 에센셜프로그램>이라는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나도 100일 동안 해보는 거야! "  

섣부른 다짐을 했다. 100일 챌린지,  100일 쓰기, 100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되는 거였는데.  이미 완주한 사람들이 넘쳐나고 한번 해보라는 사람들의 권유 아닌 권유에, 흔하디 흔한 100일 챌린지인데 100일이라는 숫자가 이렇게 커다란 숫자였다니. 시간이 너무 안 가는 느낌이었다. 그들에게만 시간이 빨리 가는 건 아니었을 텐데. 호랑이가 괜히 뛰쳐나간 게 아닌 것 같다. 지루한 시간을 버티고 버틴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 성공이 아닐는지. 


세상 많은 것들이 그렇듯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한두 번 운동했다고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몇 번 그림을 그렸다고 그림 실력이  확 느는 것도 아니다.

꾸준함이 필요한 것. 시간과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결과라는 걸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알고 있으면서도 괜히 조바심이 난다. 나의 보상은 언제 이루어질까? 이 정도 했으면 어느 정도 성과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15일 차 되던 날. 운동 영상의 마지막에 나온 문구가 뼈를 때렸다.

"지금은 결과물을 기대하기보다 과정에 충실할 때"


결국 '꿀 빠는 일'이라는 말은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가 아무렇게나 하는 말이다.

이런 건 나도 하겠네 하며 쉬워 보이는 일도 막상 그 일을 하면 쉽지 않다는 것을, 어쩌다 운이 좋아서 성공했나 보네라고 아무리 폄하해도 그 운조차 노력으로 일궈낸 결과라는 것을.  

그저 결과만 보고 심술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저 널린 꽃을 무상으로 따먹는 다고 생각했던 꿀벌에게 미안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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