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저녁엔 선선한 바람이 분다. 길었던 여름이 이제야 지나가려나? 산책을 나섰다가 그날따라 유난히도 달빛이 밝다는 생각을 했다. 은은한 달빛이 아닌 구름을 뚫고 나온 강렬한 달빛이었다.
아.. 보름달인걸 보니 추석이 다가오는구나. 사람들의 소원을 가득 담기 위해 보름달이 더 환하게 빛나는 것일까?
<달터뷰>라는 그림책이 떠올랐다. 요즘 사람들은 달을 찾지 않는다고, 모두들 손안의 핸드폰만 바라보느라 서로 서로 이야기도 하지 않고 달에게 소원도 빌지 않는다며 슬픈 표정을 짓는 달.
사람과 사람 사이 따뜻한 온정이 오가는 대신에, 자극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도파민이 널린 손 안의 작은세상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하늘을 바라보며 낮에는 파란 하늘에 감탄하고 밤에는 달과 별을 바라보는 여유가 우리에게 점점 없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요즘 하늘이 참 예쁘다. 같은 하늘이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이 질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 모습을 놓칠세라 담아두기 바쁘다. 그래서인지 내 사진첩에는 하늘 사진이 많다. 어느 날은 파란 하늘에 구름이 퐁실퐁실한 마시멜로같이 귀여워 보였다. 또 어느 날의 노을은 얼마나 황홀한지. 분홍빛이었다가 주홍빛이었다가 보라색으로 바뀌는 모습에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이다. 반짝이는 별을 잘 볼 수 없는 점이 아쉽지만 구름사이 모습을 드러낸 달이나 환한 대낮의 낮달의 모습도 신비하기만 하다.
길가다 문득, 창문을 바라보다 무심코 마주한 하늘의 모습은 잠깐의 숨돌릴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한다.
추석날 저녁. 시댁인 통영에서 온가족이 집 앞 방파제로 나가 달을 찾았다. 달은 그 어느때보다 환하게 빛나며 다정하지만 고고한 모습으로 떠 있었다. 까만 바다는 잔잔한 파도에 일렁이며 달빛에 반짝거렸다.
소원을 빌어야지. 이럴 때만 찾는 달님이지만 그래도 소원이 꼭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조금은 뻔뻔하게 빌었다.
두 손 모아 소원을 비는 우리 가족의 마음속에 다정한 달빛이 물드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