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는 휴대전화를 진동으로 바꿔주세요
2025년에는 배려하는 마음으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공원을 가로질러 도서관으로 향했다. 공원의 나무들은 이미 나뭇잎을 다 떨어뜨리고 앙상한 나뭇가지사이로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고개를 푹 숙인채 종종 걸음으로 언바닥을 내딛으며 도서관 문을 열었다. 순간, 익숙한 따뜻한 온기가 두뺨에 닿자 웅크렸던 어깨가 펴지며 마음마저 편안해졌다.
도서관 1층은 유아자료실과 어린이 자료실이 있다. 약간의 어수선함과 북적임이 있지만 그것마저 참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어린아이들은 엄마아빠의 옆에 앉아 그림책을 함께 보고 있었다. 아이들이 책을 읽는 모습만큼 사랑스러운 모습이 있을까?
도서관 2층은 조용하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무거운 공기가 감돈다. 의자를 꺼낼 때도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조심, 발소리도 사뿐사뿐. 일반 자료실은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책을 읽는 사람들도 있다.
책장 사이를 배회하며 책을 둘러보고 있는데 고요함을 깨는 휴대폰 벨소리가 들렸다. 순간적으로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이 쏠렸다. 벨소리의 주인공은 화들짝 놀라며 휴대폰을 쥐고 열람실을 후다닥 뛰쳐 나갔다. '도서관에서는 진동으로 바꿨어지' 하며 눈살이 찌푸러질 찰나 허둥지둥대며 열람실 밖으로 나가는 사람의 맨발이 보였다. 얼마나 급하고 본인도 놀랐으면 신발을 신지도 못하고 맨발로 뛰쳐나갔을까?
도서관의 에티켓이지만 어쩌다 깜박해서 휴대폰을 진동으로 바꾸는 일을 잊을 수도 있다. 열람실에서 신발을 벗고 편하게 있을 수도 있다.(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벨소리로 폐를 끼쳤을 때 미처 신발을 챙겨서 신지도 못한 채 맨발로 뛰쳐나간 모습이 어쩌면 최소한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그렇게라도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실수를 했을 때 되려 뻔뻔하게 행동하는 경우도 있다. 맨발인채로라도 재빨리 열람실밖으로 나가는사람이 있는가하면 "여보세요. 네" 하며 전화를 받으며 할말을 하면서 나가는 사람도 있다. 무엇이 더 매너와 배려있는 행동인지는 굳이 말을 하지않아도 알것이다.
자기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남탓을 하거나 끝까지 자기잘못에 대해 사과나 뉘우치지 않는 사람들. 그런 뻔뻔함이 갑질로, 무례로 나타난다.
실수자체보다는 실수한 이후의 행동이 어떠한지도 중요하다.
잘못을 했을 때 비록 실수였다고 해도,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성숙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잘못했다고 하는 것이 부끄러워 거짓말로 모면하려고 하거나 남탓만 한다면 이해받고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
진정한 사과가 있다면 이해하고 화합할 수있는 일도 거짓된 행동으로 오히려 분노만 더 커지게 만드는 일을 사회곳곳에서 볼 수 있다.
왜 우리는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못하나.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사과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있지 못한 미성숙한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고 자기위주로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다른사람의 입장을 헤아리거나 이해하지 못한다. 그럼으로 배려나 공감이 부족하다.
실수를 바로잡는 일은 배려에서부터 시작된다.
실수를 안하는 일이 물론 더 좋겠지만 사람이니 어떤일에 실수가 있을 수 있다.
상대방을 혹은 나자신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사과는 자연스럽게 할 것이고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는 일 또한 없을 것이다.
2024년이 얼마남지 않은 12월. 여러가지 일들로 유난히도 몸과 마음이 더 춥게만 느껴진다.
25년에는 우리가 조금 더 배려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따뜻한 온기를 서로서로에게 전해주며 서로를 공감하는 일상을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