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ONE DAY

고집스런 한 그릇

물냉 둘, 비냉 둘 그리고 찐만두

by 정주

정오의 햇살이 정수리 위에 쏟아질 무렵 우리는 가슴 속 짜릿하고 째듯한 냉기를 품는다

그 짜릿한 냉기를 몸 안에서 만들 수만 있다면... 따스한 국수라도 좋으련만...

그러하지 못함을 알기에 애써 냉면을 찾아본다


"물냉 둘, 비냉 둘에 찐만두 하나 주세요"

함흥냉면이라는 간판을 찾아 들어간 우리는 주문부터 하고 자리를 잡는다

들고 나는 손님들로 바쁜 이곳에서 마냥 주문을 기다릴 수는 없었기에 성격 급한 듯 주문을 해버린다

가게 구석 한 켠을 지키고 있는 에어컨의 냉기와 복작한 사람들의 온기가 만나 가게 안은 적당하다

내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마냥 아주머니들의 서빙 동선을 쫒는다

쫒은 동선의 한 지점에 세월의 더께처럼 묵직하게 내려앉은 가게의 역사가 박혀있다


"since1972 & 삼대째........이하 생략"


클리셰한 농필로 치부하려다 기실 저 시간의 고집을 인정한다

비록 탈 미뢰급의 혀라지만 누구보다 맛있게 먹었다고 자신할 만한 맛이다

50여 년 남짓한 시간에 이 한 그릇이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는 말인가?

분명 그 시, 공간의 간극 속에 사람도 변하고 세월도 변했을 텐데... 그 고집스런 머무름에 감사하다


"since1972 & 4대째...이하 생략"


나의 자그마한 소망을 보탠 한 그릇이었다.



* 커버 사진 출처 : 네이버 스마트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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