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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지탈출기
자본가가 되기 위한 자산 만들기#1
젊다면...미래의 가치를 보고 차익실현 부동산에 투자하라
by
정주
Sep 2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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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큰 아들이 태어난 시점인 것 같다
주말을 맞아 부모님과 함께 저녁을 먹기 위해 집을 찾았다
당시 부모님은 우리 집이랑 그리 멀지 않은 시내의 자그마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계셨다
아파트로 이사한지는 8년 남짓되었으며 오시기 전까지는 전형적인 시골집에서 살았다
당시 사시던 시골집에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며 보상과 함께 쫒기 듯 이사를 하셨다
첫 손주 보느라 저녁도 뒷전이었던 엄마가 불쑥 얘기를 꺼내신다
"아범아, 아파트 팔고 이사 가면 어떻겠니? 답답하구나!"
생각난다.
엄마가 답답하시다 말씀하신 그날이.
정오의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는 바람 한점 없는 고추밭이다
한 여름의 뜨거움은 지났다지만 그늘 한점 없는 정수리 위의 열기는 여전하다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의 열기와 매운 냄새는 쪼그려 앉은 허벅지와 장딴지에서 흘러내리는 땀에 고스란히 배어있다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던 땀이 눈가에 다다르자 맵고 아렸다. 그렇다고 눈물을 훔칠 수도 없었다
고추밭은 부모님이 사시는 아파트 건너편에 있었다
주인은 서울분이셨는데 땅 놀리면 안 된다고 공짜로 밭뙈기를 내주셨다
엄마는 그 땅에 고추며 배추, 깨 등을 심고 거두길 몇해째 이어왔다
흘러내리던 땀을 한숨 식히려 잠시 쉴 때, 엄마가 말씀하신다
"정주야, 아파트 살기가 답답하구나! 이렇게 나물이라도 갈아먹을 조그마한 밭뙤기라도 있는 집 어디 없을까?"
흘러내리는 땀도 싫었고 매운 눈물도 싫었다. 무엇보다 이런 땡볕에서 고추 따는 모습이 너무 싫었다
이 모든 상황이 그저 싫기만 했던 나는 엄마의 그 말이 들리지 않았다(솔직히 듣고 싶지 않았다.)
초로의 엄마는 까맣게 그을린 까마중 같은 아들에게 더 이상의 말씀이 없으셨다
어린 기억 속 그날, 애증의 고추밭이었다.
이제껏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그때 고추밭에서의 답답함을 여태 참으셨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그날 부모님이랑 이사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원하시는 바는 이랬다.
-동네의 단독주택으로 이사하기.
-자그마한 밭뙈기.
비록 언제 될지 모르는 희망사항이었지만 서로의 이야기만으로도 엄마는 답답함을 풀어놓으신 듯했고, 나 역시 그날의 심통에 조금이나마 미안함을 전한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법원으로 향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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