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 코스닥 상장
벤처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상장해서 부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돈의 노예라서 그렇게 대답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회사가 상장을 한다는 것은 그 회사의 사업의 건전성과 성장성이 제도적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입증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벤처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보통 경제적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회사의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 앞에서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아무리 회사의 사업성이 좋고 기술이 뛰어나다고 강변해봐야 인정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이 상장을 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인정받지 못했던
서러움의 해소와 성공할 때까지 억눌러야 했던 풍요로움에 대한 보상을 의미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 회사 직원들이 회사 창립 이후 가졌던 공통의 꿈이 ‘코스닥 상장’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2000년 5월 설립 이후 회사가 이익을 내기는커녕 아직 영업할 제품도 없던 때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씨디네트웍스에 입사했다. 그리고 비록 입사한 동기는 달랐지만, 입사한 다음부터 그들의 꿈은 하나가 되었다. 바로 ‘성공’하는 것이었다.
성공의 기준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마다 다른 답을 하겠지만,
벤처인에게 첫 번째 꿈은 ‘코스닥 상장’이라는 데에 이견은 없었을 것이다.
창업 후 몇 년간 그 첫 번째 꿈은 멀리 있는 것 같았지만 우리 중 누구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것은 막연한 자신감이나 자기최면이 아니라 모든 임직원이 자연스럽게 공감했던 ‘성공 예감’ 같은 것이었다.
2000년 ISP 3사의 공동투자, 삼성벤처투자의 선택에서부터 계속되는 힘든 고비 때마다 마지막 순간에는 항상 행운의 여신이 우리를 돕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흔히 사업의 성공은 ‘운칠기삼 運七技三’이라고들 한다. 기술이나 노력보다도 운이 따라야 성공한다고 말하는데, 그때는 정말 그런 줄 같았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돌이켜 생각해보니,
우리의 성공은 결코 운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에겐 꽤 오랜 기간 동안 오로지 ‘생존’이 목표였던 시절이 있었고, 그 시절에 다른 어떤 벤처기업보다 더 많이 일하고 더 치열하게 고민하며 전 직원이 한마음으로 힘을 합쳐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밤을 새우는 것이 일상이었고, 회사에 큰 고비가 생기면 내 일 네 일을 막론하고 모든 부서가 함께 밤을 새우는 것이 다반사였다. 비록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없어도 힘들게 일하는 동료와 함께 고통을 나누는 심정으로 자리를 지키며 간식이라도 챙겨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모두들 회사와 일에 집중했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 시장을 발굴하고 상품을 개발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절실하게 회사의 생존과 성장을 갈망했기 때문에 모두들 열심히 노력했고, 그런 노력 덕분에 행운도 따라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노력한 이유가 회사가 상장될 경우에 얻게 될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2001년 이후 고사무열 사장은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개인 지분의 상당 부분을 직원들에게 양도해 주셨다. 아무것도 없는 작은 회사에 본인을 믿고 입사해 준 고마운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었기 때문이었다. 받는 사람들도 그 마음을 알기에 고마워했고, 그에 보답하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그렇게 양도받은 주식이 정말로 돈이 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생존’이 목표였던 오랜 기간 동안 ‘코스닥 상장’은 너무나 먼 일이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돈이 될 주식을 받았기 때문에 열심히 일했다기보다는
내 회사였기 때문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었던 것이다.
주식을 받아서 주주가 되었기 때문도 내 회사라고 생각했다기보다는 저마다 마음속에 내 회사라는 애착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리 많은 급여를 준다고 해도 돈 때문에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코스닥에 상장하기 전까지 매월, 매 분기, 매년 쉬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때문이다.
2005년 7월 우리의 첫 번째 꿈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내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모든 직원들의 땀의 결실이었다.
-- 16편에서 계속
1편 - 한국 최초의 CDN 전문기업 씨디네트웍스 탄생의 비화
3편 - 통신 3사의 공동 투자, 첫 번째 그림의 완성
7편 - 온라인게임 5개사 수주, 시장 개척을 통한 진정한 1위 도약
8편 - 국내 최초, 어쩌면 세계 최초 HD 고화질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13편 - 맨주먹으로 동경에 서다, 일본법인 설립 - 1
14편 - 맨주먹으로 동경에 서다, 일본법인 설립 - 2
15편 - 꿈은 이루어진다, 코스닥 상장
18편 - 해외사업을 넘어 글로벌기업이 되기 위한 조직개편 - 1
19편 - 해외사업을 넘어 글로벌기업이 되기 위한 조직개편 - 2
20편 - 글로벌 조직 운영을 위한 과감한 결단, Global PI Proj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