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금문교 건너 아름다운 해변도시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여행을 해본 분들이라면, 비행기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 후 기내에서 흘러나오는 이 노래를 들어봤을 것이다.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You're gonna meet some gentle people there.
샌프란시스코에 가게 된다면
머리에 꽃을 꽂는 것을 잊지 마세요
샌프란시스코에 가게 된다면
상냥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2008년 어느 날, 아직은 젊었던 시절에, 샌프란시스코와 가까운 산호세(San Jose)에 있는 미국법인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분기에 한 번꼴로 출장을 가게 되어 산호세와 실리콘밸리,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는 내게 너무나 익숙한 곳이 되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샌프란시스코는 생각보다 작아 보였고, 도심의 빌딩숲을 제외하고는 아담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대도시라기보다는 작은 지방도시 느낌이었다.
목적지가 산호세였기에 공항에서 출국절차를 마치자마자 렌터카를 빌려 타고 산호세 사무실로 직행하여 회의를 하고 야근까지 하는 강행군을 하곤 했다. (현지 시간에 맞춰서 바로 생활하는 게 나의 시차극복 노하우다)
하지만, 주말이 되면 출장에 동행한 직원들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로 관광을 떠났다.
금문교(Golden Gate Bridge)로 가서 남단 전망대(Fort Point)와 다리 건너 북측 전망대(Vista Port)에서 사진을 찍고,
케이블카(Cable Car)를 타고 부에나비스타(The Buena Vista) 카페에 가서 포스가 느껴지는 멋진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아이리쉬커피(Irish Coffee)를 마시고 기분 좋은 취기를 느끼며 걷다가,
해질 무렵 크랩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Pier39 부두에 가서 석양을 보면서 크랩차우더(Crab Chowder) 수프와 던지네스크랩(Dungeness Crab)을 먹는 것으로 보람찬 하루를 마감한다.
매번 출장에 동행하는 직원들이 바뀌었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에 처음 오는 그들에게 나는 주말 관광가이드가 되어 이 코스로 가이드를 해주곤 했다.
금문교 북단 전망대(Vista Point)에서 사진을 찍고 나면 항상 유턴을 해서 다리를 건너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는 코스를 반복하다가,
문득, 금문교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그래서, 한 번은 금문교를 건너 쭉 직진을 해보았다. 금문교를 지나 조금 더 가면 터널이 나오는데, 터널 이름이 친근하게도 무지개터널이다. (Rainbow Tunnel, 2015년에 The Robin Willliams Tunnel로 개명되었다)
하지만, 무지개터널을 지나서 펼쳐지는 풍경은 하루종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다.
금문교 너머에 뭐가 있을까 호기심을 품고 떠난 여행이었기에 실망이 컸다.
그런데, 그 다음번에 북측 전망대를 향해 가는 길에서 우연히 작은 이정표를 보게 되었다.
금문교의 북단 전망대 (Vista Point)를 가리키는 이정표 밑에 조그맣게 쓰인 'Soasalito'라는 이국적인 이름이었다.
항상 Vista Point에서 사진을 찍고 유턴해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갔기 때문에 보지 못했는데, Vista Point를 지나서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이 있었던 것이다. 그 길을 따라 내리막길로 조금 달리다 보니, 갑자기 시야가 뻥 뚫리면서 바다와 함께 작은 해변마을이 내려다보였다.
소살리토(Soasalito)에 대한 첫 느낌은,
마을이 아니라 어엿한 도시임에도 도시라 하기엔 참 아담했고,
정원을 잘 가꾼 예쁜 집들이 샌프란시스코가 바라다보이는 바닷가 언덕에 사이좋게 모여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집집마다 솜씨 좋은 정원사가 가꾼 정원과 해변에 정박되어 있는 수많은 요트를 보아 부자 동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대도시로 출근할 필요가 없는 예술가, 은퇴자들이 많이 살고 있고, Bill Cosby 등 유명 연예인들의 별장도 많이 있다고 한다.
소살리토를 알게 된 이후부터 출장 직원들을 위한 주말 관광코스가 바뀌었다.
금문교의 Fort Point 및 Vista Point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고,
바로 소살리토로 건너가 그곳에서 산책을 하면서 아름다운 풍경과 집들을 구경하고,
줄 서서 먹는 수제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를 사서 바다 건너로 샌프란시스코가 바라보이는 바닷가 잔디밭에 앉아 평화로운 점심을 즐기고,
주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작은 화랑들에 들어가서 예술품 감상을 한 후에
샌프란시스코로 다시 건너가서 Pier39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Crab으로 저녁식사를 하는 것이다.
가끔 미국 100대 호텔에 랭크되곤 하는 Casa Madrona 호텔 1층에 있는 Poggio라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곤 했는데, 피자 굽는 화덕에서 스테이크를 구워서 그런지 불맛이 일품이다.
소살리토는 넓게 펼쳐진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하얀 요트와 바다 건너로 보이는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빌딩숲, 그리고 오른편으로 보이는 금문교 광경도 멋있지만, 그곳에 있는 집들과 상점, 그리고 오래된 호텔과 레스토랑 하나하나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사람들마다 취향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어떤 사람들은 미국, 특히 캘리포니아는 재미가 없고 따분하다고 말한다. 그런 분들에게 소살리토는 반나절이면 다 돌아볼 수 있는 작은 관광지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소살리토를 처음 본 순간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출장 갈 때마다, 그리고 파견근무를 할 때에도 수십 번도 더 가보았지만, 매번 갈 때마다 그곳에 대한 짝사랑은 깊어만 갔다.
안타까운 것은 2010년 무렵만 해도 외국인들에게 알려진 관광지는 아니어서 그곳 사람들의 여유 있는 생활을 지켜보며 부러워했었는데, 2015년경 무렵부터는 북적이는 외국인 관광객 때문에 기념품 상점이 늘었고 관광객들이 타고 온 차들 때문에 길이 막히고 주차장을 찾을 수가 없어 마냥 배회하기 일쑤가 되었다.
더욱이, 예전에는 예쁜 집 앞에서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물어보면 흔쾌히 허락을 해주며 사진 찍기 좋은 위치까지 알려주었는데, 요즘은 시도 때도 없이 남의 집 정원 안쪽까지 불쑥 들어와 사진을 찍는 무례한 관광객들 때문인지 "No Photo"라는 사인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2019년 이후로 최근 몇 년간 캘리포니아에 가보지 못했다.
비록 주민들보다 더 많은 관광객 때문에 처음의 그 느낌은 아닐지라도,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Soasalito에 다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