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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도둑맞은 한국사

도둑맞은 역사, 도둑처럼 남아 있는 현실

by 꿈동아빠 구재학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사’, 정말 맞는가?

이덕일 저자의 『도둑맞은 한국사』는 우리가 지금까지 교육받아 온 한국사가 얼마나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는지를 낱낱이 파헤친다.

하나하나의 주장이 충격적이지만, 더 큰 충격은 이 왜곡이 대부분 한국인 역사학자들의 손에 의해, 일제 강점기의 관점 그대로 만들어졌고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날조된 역사를 교과서로 배우는 나라

1945년 8월 15일 일왕의 무조건 항복 선언으로 우리나라는 해방이 되었다.

그간 동포들을 억압하던 매국노들은 망연자실했지만, 미 군정이 친일 세력들을 처단하기는커녕 그들을 그대로 중용하면서 역사에 큰 오류가 발생했다.

행정기관의 말단 공무원들이야 그렇다 쳐도, 두 부류의 친일 매국 세력들은 재등용되어서는 안 되었다.

첫 번째는 독립운동가들을 체포해 고문하고 유죄 판결을 내리는데 관여한 판사, 검사, 경찰 등 사법기관에 근무했던 친일 세력들이다.

두 번째는 조선총독부 직속의 조선사편수회에 근무하면서 한국사를 왜곡한 친일 매국 역사학자들이다.

조선사편수회 출신 이병도는 해방 후 서울대학교 사학과 및 학술원을 장악하고 교육부 장관까지 역임하면서 국사학계의 태두로 군림했다. 조선사편수회 출신 신석호는 고려대학교 사학과와 국사편찬위원회를 장악했다.

식민 사학자들은 역사학계의 중추가 되어 역사를 체계적으로 왜곡하고 날조하는데 앞장섰으며, 이에 반대해 민족사관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교수는커녕 심지어 학위도 받지 못하도록 철저히 학계에서 배제했다.


일본 제국주의자들도 하지 못했던 날조된 역사를 한국인들이 진실로 받아들이도록 만든 장본인은 바로 한국인 역사학자들이었다.



한국인 역사학자들에 의해 도둑맞은 한국사

『도둑맞은 한국사』는 단순한 고발이 아니다.
이 책은 “역사가 왜곡되었다”는 주장을 넘어, 그 왜곡이 어떻게 실행되었고, 어떤 논리로 유지되었으며, 지금도 어떤 방식으로 제도화되어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한다.

총 10개의 장은 각각 한 가지 왜곡된 역사적 “상식”을 주제로 삼아, 그것이 어떻게 조작되었는지를 추적한다.


1. 누가 단군을 지웠는가

단군을 신화로 격하한 것은 단순한 과학적 태도가 아니라, 식민사관의 핵심 전략이었다. 민족의 자생적 기원을 제거하고, 우리 역사의 시작을 허구로 만들기 위한 시도였다.


2. 동이족 역사까지 빼앗아 가려는 중국

중국의 동북공정은 단순한 영토 문제가 아니다. 고조선·부여·고구려·발해를 모두 중국사로 편입하려는 시도는 일제의 만선사관에서 기원했으며, 역사를 스스로 축소하려는 한국 사학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문제다.


3. 공자는 동이족인가

공자가 동이족 계열이라는 주장은 단지 민족주의의 표현이 아니다. 이는 한족 중심의 동아시아 역사 해석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를 촉구하는 문제 제기다.


4. 진시황의 만리장성은 평양까지 내려왔는가

만리장성이 평양까지 이어졌다는 지도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일제는 이를 통해 한반도를 고대 중국의 영향권으로 묘사했고, 그 도식은 해방 이후에도 학계와 교과서에 남아 있다.


5. 삼한 땅 4000리는 어디로 갔는가

고대 삼한의 영토는 실제보다 축소되어 기록되었다. 이는 삼한을 ‘후진 부족 국가’로 폄하하고, 고대 국가 성립의 정통성을 훼손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6. 고려 땅 2000리를 잘라먹은 한국사 교과서

고려의 북방 영토는 실증 사료에도 불구하고 축소되어 기술되었다. 특히 거란·여진과의 관계에서 고려의 실효 지배권은 의도적으로 지워졌다.


7. 요령성 심양 남쪽은 고려·조선 땅이었다

지금은 중국 영토로 인식되는 지역이 실제로는 고려와 조선의 행정권 내에 있었던 사실이 역사 교과서와 연구에서 제외되어 있다.


8. 사육신이 일곱 명이 된 기막힌 사연

사육신(死六臣)은 원래 여섯 명이었으나, 후대 정치적·이념적 필요에 의해 일곱 명으로 ‘고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역사적 사실보다 정치적 서사가 우선되었고, 비판적 고증은 철저히 외면되었다.


9. 세상을 버린 신동, 김시습

김시습은 조선시대 독립적 지식인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은 그의 삶은 역사에서 의도적으로 지워졌고, 그의 사상과 업적은 축소되거나 무시되었다.


10. 사도세자는 정신병자였는가

사도세자의 죽음은 정치적 사건이었다. 그러나 ‘정신병자’라는 프레임은 정조의 정통성을 강화하기 위한 사관적 왜곡이었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역사는 누구의 손에 의해 쓰였는가?

『도둑맞은 한국사』는 이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질문은 결코 과거를 향한 것이 아니다.

역사를 가르치는 자들이 여전히 일제 식민사관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채 그 내용을 아무런 반성 없이 오늘의 교단에서 가르치고 있다. 이 현실을 직시하고, 바꿔 나가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더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논의되어야 한다.



역사 앞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

오늘날에도 소위 ‘보수’를 자처하는 유명인사들 가운데, 역사 인식만큼은 일제 식민사관과 다르지 않은 주장을 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런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추종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과거는 잊고 미래로 나아가자'라고 과거를 덮고 싶은 가해자들이 할 법한 말을 쉽게 하지만,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있을까.

역사를 바로 세운다는 것은 단지 과거를 복원하는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을 진실 위에 세우고, 미래가 거짓 위에 쌓이지 않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이다.

우리가 어떤 역사를 기억하고, 어떤 역사를 지워버리는가에 따라 우리 공동체의 운명은 전혀 다른 길로 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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