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를 용서할 수 있는 마음
크리스마스 단상(斷想)
- 김 중 근
크리스마스가 사오일 남은 주일이다. 휴일이면 은빛 파도 일렁이는 해변이나 정감이 넘치는 소박한 길을 따라 무심히 걷지만, 오늘은 잠옷채 배를 깔고 방 바닥에 엎치락 뒤치락한다. 텔레비젼을 보다 눈거풀이 풀린다. 모든 것이 절제되고 통제된 생활로 부터 해방된 날이다. 먼 길을 달려온 피로를 말끔히 털어내어 에너지를 재충전한다. 새로운 활력(活力)이 생긴다. 선한 마음으로 이 해를 떨쳐 버리기 아쉬워 몸부림친다. 몸을 뒤척이고 있던 나는 무심히 흘러나온 성탄(聖誕)절 멜로디에 휘황찬란한 시간을 그려본다.
구세주를 기리는 날!...크리스마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축제다. 이 날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며, 사랑과 희망, 그리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날이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는 또한 이웃과 사회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상기시키는 시간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사랑과 관용을 실천할 기회를 주는 특별한 날이다. 이 날을 통해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가고, 사랑과 희망을 나누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웃 사랑이 연례 행사처럼 되어버린 성탄절(聖誕節)이 아니어야 한다. 오래오래 꺼지지않는 등불처럼 환한 불빛이 되어 소외된 이웃들에게 온정(溫情)을 나누어야 한다. 평화스러움으로 이웃에게 봉사하며 서로서로 따뜻한 가슴을 확인 할 수 있는 날이어야 한다.
구유의 예수 아기가 인류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하여 이 세상에 태어난 날! 바로 성탄절이 새빨간 루톨프 사슴코처럼 코앞에 다가왔다. 동방 박사가 예루살렘을 향하여 메세지를 갖고 온날! 바로 메시아의 날이다. 크리스마스는 가족, 친구,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소중한 시간이다. 우리는 서로를 위해 선물을 나누고, 따뜻한 식사를 함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 날은 우리에게 감사와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특별한 순간들이 된다.
그날은 온 누리에 기쁨과 사랑을 갖고 오셨으므로 우리 세상은 희망이었다. 그 희망된 날에 산타가 온 누리에 사랑을 선물하고자 썰매를 타고 흰 눈 사이로 달리고 달려서 오는 날이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를 희망으로 기다리고 흰 눈이 오길 은근히 기대한다. 성탄절이 희망으로 달려올 수 있길 누구나 기대한다. 지난 날의 성탄절은 대체로 설레임으로 맞고 보냈다.
눈 내리는 날의 성탄절이면 연인이든 누구든지 시린 손끝에 군 고구마를 사들고 사각사각 밟히는 눈밭을 걷고 싶은 바램이 생긴다. 언 손을 군 고구마가 전해주는 열기로 손을 녹이며 다정히 걷는 연인들의 모습에선 시름도 걱정도 찾아 볼 수 없다. 오로지 사랑의 온기만 주위에 가득해진다. 밤새 거룩한 성당의 종소리를 들으며 새벽 길을 걷다가 신비한 새 아침을 맞게된다. 빛을 한 아름 품에 안으면 모든 불안과 공포가 숨어 버리고 거리에는 안개같이 일렁이는 가로등마저 생기를 되찾는 좋은 아침이 된다. 그날이 오면 명동, 무교동 등 사방팔방으로 헤집고 다니다 구세군을 만나곤 했다. 구세군의 남비 속을 들여다보며 작지만 큰 마음으로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쾌척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누군가에게 내 작은 정성이나마 전해져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 바로 기쁨이 된다.
산천(山川)은 의구(義句)한데 시간은 두둥실 떠가는 것이 세월이던가 세월(歲月) 속에 인심도 따라 변했는지 구세군의 냄비가 예전만 못하다. 인자(仁者)는 산 속으로 깊이 숨어버렸다. 덕자(德者)는 세상 밖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선자(善者)들은 부끄러워 시들었다. 지자(知者)는 넋을 잃고 일에 몰두하다 정신을 잃었다. 오며가는 이의 목소리는 커도 정작 주위의 불우 이웃들에 대한 도움을 주는 이는 별로 없다. 지금은 캐롤송도 듣기힘들 정도로 우리의 귀와 가슴은 닫혀있다. 심지어 그 노래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다. 거룩한 밤이 아니라 성가신 날로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날의 아이들은 산타 할아버지가 굴뚝 타고 내려와 축복을 선물해주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양말 속에 선물을 넣어준다는 것을 익히 아는 세상이다. 동화를 잃은 세상이 되었다. 우리의 정서가 점점 메말라가고 있는 점은 슬픈 일이다. 우리에게 희망과 사랑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뜻이 아닌가 싶어 서글퍼진다. 지금은 탄핵 정국 등으로 더욱 세상이 어지럽다.
그렇지만 크리스마스는 희망과 새로운 시작의 상징이다. 한 해가 끝나고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만 한다. 정치.사회,경제,문화 각 방면에서 남에게 빗장 걸어 마음 닫아 걸었던 한 해의 모든 잘못을 풀어야한다. 성탄절을 맞이하여 우리에게 잘못했던 모든 이를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을 갖아야 한다. 같은 잘못과 후회스러움을 되풀이하지 말자.
며칠 후면 성탄절이다. 이번 성탄절에 항상 눈은 맑게, 마음은 늘 은총과 축복으로 가득하길 바란다. 우리의 가족과 더불어 나와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하늘에선 영광이 땅에선 기쁨이 함께 하는 성탄절이길 바란다. 아울러 날마다 설레임으로 달려가는 나에게서 불안과 절망의 돌덩이는 멀리 치워주길 바란다.
-2024년 12월 19일
성탄절 즈음에 맞는 주일에